최 부 식
툭 툭 떨어지는 빗방울
떡잎 휘청휘청케 하고
하얀 발목에 흙탕물 뒤집어씌운다
세상 그리
호락호락치 않다는 걸 미리 일러주듯
나직나직 내려도 봄비 무겁다
툭 투둑 빗방울
유모차에 쌓인 골판지로
두리번거리며 종이상자 찾는 늙은 허리로
내려서 적신다
세상 골목 오늘도 젖고 있다
봄비 가벼우나 누구에게나 무겁다
바싹 마른 오랜 겨울의 대지 위로 내리는 비는 너무도 기다리고 소망했던 봄비고, 새 생명을 불러일으키는 가벼운 축복의 비인지 모른다. 그러나 시인에게 인식되는 비는 무겁기 짝이 없다. 종이상자와 골판지를 가득 싣고 가는 노인의 유모차를 적시는 비는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다, 시인이 말한 그 노인 뿐만 아니지 않겠는가. 내리는 빗물이 힘겹고 무거운 생의 짐을 지고 가는 사람들에게는 낭만적인 봄비가 아니라 삶의 근심과 무게가 실린 무겁디 무거운 비로 내리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