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군대 기강 확립

등록일 2015-03-31 02:01 게재일 2015-03-31 18면
스크랩버튼
▲ 이원락 수필가·경주청하요양병원장

약 50년 전, 고등학교 학생 시절에는 가슴속을 미래에 대한 꿈으로 가득 채웠다. 성인이 되면 어떤 인물이 되어야 할까를 생각하다가, 밤이 깊어서야 잠에 들기도 했다. 어른들은 그들의 생각을 철없는 것이라고 하겠지만 당사자는 앞날에 있을 성공한 자기를 그려보면서 설레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문과 반은 3개, 이과 반은 4개, 그리고 사관학교 반은 1개가 있었다. 사관학교 반 학생 수가 많았던 것은 장교로서 몸과 마음이 깨끗하고, 용기 있게 살아갈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선배들 중에는 장군도 많이 계셨다.

그때는 매년 육사, 공사, 해사 등 각 학교에 다니는 많은 선배학생들이 모교에 와서 후배들에게 사관학교들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었다. 맑은 눈, 바른 자세, 정복차림의 깔끔한 옷에다가 철저한 군인 정신으로 갖추어진 늠름함으로 인해, 그들은 우리들이 되기를 바라는 미래상이었다. 우리 모두는 그들을 흠모했다.

50~60년대에는 국내 동란 이후였기 때문에 군인들의 힘은 지금보다 사회적으로 막강하였다. 초등학교 시절, 시골에서 살 때에는 길에서 사변 때 흘려버린 탄알을 줍기도 했다. 사변으로 상이군경이 되어 시끄럽게 소란하던 자들이 많았지만, 사람들은 그들의 심정을 이해했기 때문에 다소간의 소란은 눈감아 주었다.

혁명 후 대구 시장에는 현역 대령이 취임하기도 했단다. 그 후 군인들은 혁명을 일으켰고, 뒤이어 정변으로 군사정권이 계속되었다. 그 후 숱한 민주화 과정을 거쳐서 오늘의 문화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군대 내에서 좋지 않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서, 신문 지상을 가득 채운다. 사병의 죽음이 자살이냐, 타살이냐? 장교들의 행위는 성폭력이 아닌가? 장군들의 납품비리의 액수가 큰 이유는 뭣 때문인가?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의 장교에 대한 기대감과는 180도 다른 사건으로 얼룩져 있다.

군대 사회는 일반 사회와는 차이 많다. 우선 총칼을 가지고 우리를 지켜준다. 군대 안에서도 상하의 명령체계가 분명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것 때문에 폐쇄되어서, 성폭력, 자살, 납품비리 등이 꼬리를 물고 있다. 과거에는 나의 이런 글도 보안부대를 통과해야 했다.

국회 인사 청문회에는 병역 문제가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하기야 병역이든 뭣이든 적당적당히 처신을 잘 하는 사람이 출세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니까!

그러나 이제는 과거에서 탈피해야 한다. 시대에 뒤떨어진 조직일수록 은폐되는 사건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 발표에는 사병의 자살이라 하지만, 그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드리는 사람 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사랑이 없는 성관계는 폭행에 해당된다. 또 부하들에게 함구를 명령하면, 폐쇄된 사회에서는 큰 부정적인 돈 거래도 쉽게 이루어 질 수 있다. 일반 사회보다 훨씬 더 많게 보석으로 풀려난다는 기사도 읽어보았다.

규율이 서고, 맑아진 군대는 노력하면 만들 수 있다. 자식을 군대에 보내 놓은 부모들이 걱정하지 않게 군 내부를 다시 조립해야 한다. 21세기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되어 있다.

최고 수뇌 장성들의 부정연루 의혹이 연일 신문 지상을 보면,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가졌던 사관학교에 대한 이미지가 무너져 내린다. 적군이 칼로 위협해도 똑바로 바라보고 돈으로 유혹해도 곁눈질을 하지 않는 눈, 이것이 내가 고등학교 때 가졌던 장교의 이미지였다.

약 100년 전에 중국에서는 정부군이 전쟁을 치르는 척하면서 적군인 공산군에게 무기를 남몰래 팔아서 취부했단다. 군대가 세상과 타협적이면, 나라가 망하는 제일 빠른 길이다.

마음산책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