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상 옥
만질수록 부드러워진다
호미도 버리고 장갑도 벗어던지고
손바닥으로 손가락으로 비빈다
여인의 속살이 이보다 부드러울까
숨이 가쁘고 정신이 아득해질 때쯤
가볍게 혹은 깊게 씨를 넣는다
이 어린 것들
흙 속에서 아랫도리 탱글탱글
불끈불끈 일어서는
무성한 여름날을 꿈꾸리라
에로티시즘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서정시다. 흙은 생명의 보고이자 터전이다. 가장 원초적인 생산의 출발점이자 끝이기도 하다. 여인의 속살보다 부드러워서 숨이 가쁘고 정신이 아득해질 때쯤이라는 성적 몰입의 순간을 설정한 시인은 비로소 씨를 뿌린다, 그리고 무성한 여름날과 열매 풍성한 가을을 예견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의 서정의 텃밭이 넉넉하고 풍성하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