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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등록일 2015-03-27 02:01 게재일 2015-03-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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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편집국장

싱가포르의 국부(國父)라 불리는 리콴유 전 총리와 향토기업인 대아그룹 황대봉 명예회장의 타계소식을 접하며 사람의 삶과 죽음에 대해 상념에 빠졌다. 강력한 리더쉽과 효율적인 경제정책으로 신생독립국가 싱가포르를 아시아 최고부국으로 만든 리콴유 전 총리 서거소식은 싱가포르 국민들에게 큰 아쉬움이었으리라. 또한 포항지역 버스운수업체인 (주)포항버스를 창립해 큰 부를 쌓아 대아고속해운과 대아상호저축은행 등 포항지역 대표 향토기업인 대아그룹을 세운 황 명예회장의 타계 소식 역시 지역민들에게 삶의 모습을 스스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이 사실을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무의식에서는 자신은 영원히 살 것 같이 생각한다. 그러다 죽음이 눈앞에 닥쳤을 때 비로소 `우리 삶이 영원한게 아니구나`하는 것을 깨닫고, 현실로 받아들이곤 한다.

내가 죽음이란 것을 처음 경험한 건 초등학교때 였다. 어느날 인근에서 이쁘기로 소문난 동네누나와 저녁늦게까지 웃고 떠들다 집에 돌아갔는 데, 다음 날 아침 연탄가스 중독으로 죽었다는 게 아닌가. 도저히 믿기지 않아서 그 누나집을 찾아갔더니 경찰이 사고경위를 조사하느라 분주한 가운데 마당 한가운데 시신이 놓여있었다. 항상 불그스레하게 달아올라 복숭아같이 탐스럽던 누나의 뺨이 서리내린 듯 하얗게 바뀌었고, 앵두처럼 붉던 입술도 푸르스름하게 변색된 데다 나긋나긋하던 팔 다리가 뻣뻣하게 굳어있었다. 정말 굉장한 충격이었다. 멀쩡하던 사람이 하룻밤새 시신이 되고 말았으니까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을 뿐 아니라 죽으면 저런 모습이 되는구나 생각하니 두렵고 무서웠다. 그때 이후 꽤 오랫동안 사고로 죽는 악몽으로 힘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

`이대로 죽는구나`할 정도로 생명의 위협을 느낀 순간도 있었다. 가장 아찔했던 순간은 중학교 때, 친구들과 포항송도 해수욕장에 놀러갔을 때로 기억된다. 당시 나는 수영을 그리 잘 하지 못했는 데, 갑자기 큰 파도가 치는 바람에 눈깜짝할 새 바다 깊은 곳으로 밀려들어갔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지만 구조를 요청할 새도 없이 파도 속으로 휘말려 들어간 것이다. 쓰디쓴 바닷물을 몇 모금 들이키고 나니 정신마저 몽롱해 `사람이 이렇게 죽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그동안 살아온 기나긴 날들이 말 그대로 주마등처럼, 일순간에 스쳐 지나갔다. 그런 와중에 `절대로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고 이를 악물고 죽을 힘을 다해 팔다리를 놀린 덕에 얕은 곳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날의 경험 이후 `죽음이 그리 먼곳에 있는 게 아니구나`하는 깨달음은 나를 많이 성숙시켰고, 내 삶에 대한 태도 역시 크게 바뀌었다.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죽고나면 모든 것이 없어져 끝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게다. 나란 존재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아쉽고, 그 아쉬움이 지나쳐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이면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니까 종교마다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내세를 얘기한다. 불교에서는 죽으면 윤회설에 따라 다시 태어난다고 하고, 기독교에서는 천당이나 지옥에 간다고 한다. 그걸 증명할 수는 없는 일이니 그대로 믿어주자.

다만 우리 모두 언젠가 죽는것은 확실하다. 30년안이냐, 20년안이냐 하는 차이일뿐이다. 한걸음 더 나가면 인생이란 게 오래 살고싶다고 오래 사는 것도 아니고, 오래 사는 게 중요한 것도 아니다. 하루를 살더라도 마음 편하고 행복하게 살다 죽는게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문제는 지금 어떻게 사느냐다. 무의식속에 나는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해 오늘 하루를 허투루 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죽음의 순간이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므로 사는 동안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뜨겁게 살자. 그래야 내일 죽어도 후회없는 삶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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