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남 주
봄을 기다릴 줄 안다
기다려 다시 사랑은
불모의 땅을 파헤쳐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리고
천년을 두고 오늘
봄의 언덕에
한 그루 나무를 심을 줄 안다
사랑은 가을을 끝낸 들녘에 서서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
너와 나의 우리가
한 별을 우러러보며
온몸으로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던 시인 김남주. 불구의 자본주의를 향해 머뭇거림없이 온몸을 던진 민중시인의 빛나는 정신이 오롯이 읽혀지는 작품이다. 겨울을 이기고 봄이 오듯이, 기다리고 천년을 두고 기다리면 끝내는 사랑이 찾아와 꽃피듯이 모순의 세상에서 정의롭고 올바른 세상이 도래하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 목숨을 놓아버린 시인의 애틋한 시정신이 가슴을 파고든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