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수 우
왜 노랑멧부리새를 좋아하나요
그냥요
왜 오래된 사랑을 나비처럼 놓아주나요
그냥요
왜 어제 본 영화를 다시 보나요
그냥요
건널목에 언덕길에 무덤가에
잎눈, 잎눈, 잎눈 돋는다
사는 데에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되는
그냥, 봄
봄은 모든 방향으로 활짝 열린다. 웅크렸던 우리의 가슴도 열리고 어둡고 답답했던 마음도 규정할 수 없는 어떤 예감으로 활짝 열린다. 그냥 무언가가 찾아들고 무언가가 가득 쏟아져들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건널목에도 언덕길에 무덤가에도 연두빛 새순들이 뾰롱뾰롱 입술을 쏘옥 내밀고 희망의 말을 건네고 있다. 사는 데 이유를 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