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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雨水) 이후

등록일 2015-03-26 02:01 게재일 2015-03-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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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수 우

왜 노랑멧부리새를 좋아하나요

그냥요

왜 오래된 사랑을 나비처럼 놓아주나요

그냥요

왜 어제 본 영화를 다시 보나요

그냥요

건널목에 언덕길에 무덤가에

잎눈, 잎눈, 잎눈 돋는다

사는 데에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되는

그냥, 봄

봄은 모든 방향으로 활짝 열린다. 웅크렸던 우리의 가슴도 열리고 어둡고 답답했던 마음도 규정할 수 없는 어떤 예감으로 활짝 열린다. 그냥 무언가가 찾아들고 무언가가 가득 쏟아져들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건널목에도 언덕길에 무덤가에도 연두빛 새순들이 뾰롱뾰롱 입술을 쏘옥 내밀고 희망의 말을 건네고 있다. 사는 데 이유를 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리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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