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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THAAD)` 딜레마

등록일 2015-03-24 02:01 게재일 2015-03-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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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재휘 서울본부장

1636년 병자호란 때, 청나라 군에 쫓겨 인조(仁祖) 임금과 함께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백관들은 주화파(主和派)와 척화파(斥和派)로 나뉘어 충돌했다. 주화파는 “명나라와의 의리를 지키려다가 망하는 것보다는 청과 화친을 맺어 나라를 보존해야 한다”는 논리였고, 척화파는 “2백년 넘게 쌓아온 명나라와의 신의를 저버리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싸워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인조는 삼전도(서울 송파구 삼전동)로 나아가 청태종 홍타이지 앞에서 땅바닥에 이마를 짓찧으며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를 올리는 역사적 참변을 겪게 된다.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문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위험성을 차단하기 위해서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는 문제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북한이 미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핵실험 따위로 위협의 수위를 높여가자 지난 2013년 괌에 사드 포대를 처음으로 배치했던 미국이 북한 핵공격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책을 모색하고 나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가장 먼저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측은 중국이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가 중국의 미사일 전력을 무력화시킬 것”이라며 공개적인 반대의사를 끈질기게 표명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려는 이유가 북한의 핵 위협 때문이라는 것을 뻔히 알 것이다. 북한에 대해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이 도발에 대한 결정적인 역할이나 근본해법은 내놓지 않고 무례한 주장을 하는 것은 전혀 이치에 닿지 않는다.

정치권 여론은 영락없이 `찬-반`으로 나누어지는 기미다. 새누리당은 유승민 원내대표가 찬성당론을 서서히 모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표는 사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해 “진정한 주권국가라고 자부하기에 부끄럽다”고 언급했다. 유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표가 한 말씀이 사드 도입에 반대하는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의견을 대변하고 반대의 뜻을 밝힌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다그치고 나섰다. 여야가 미구에 또다시 한판 붙을 기세다.

사드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도 있다. 사드가 인공위성을 이용하는 방식의 핵폭탄 대응책이라면 한반도 배치가 우리의 안보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의문이 있다. 미국본토나 최소한 일본의 핵안보를 위해서라면 모를까 한국의 핵안보와는 근본적으로 연관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정말 그렇다면, “한반도 배치하 사드에 대해서 우리나라가 비용을 부담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자주국방네트워크 신인균의 주장은 백번 옳다.

사드 배치문제에 대해서 답을 찾아가는 방식에는 두 가지 원칙이 준수돼야 한다. 첫 번째는 자주적인 판단으로 결론을 찾아가야 한다는 점, 두 번째는 철저하게 군사적인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을 통해 “주변국이 우리의 국방안보 정책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밝힌 것은 적절하다. 정치권이 이 문제를 이념대결의 정쟁거리로 도마 위에 올려놓고 난도질을 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청나라 무력에 쫓겨 남한산성에 갇힌 처지에서도 `친명(親明)`과 `친청(親淸)`의 당색을 드러내며 갈팡질팡 당쟁 추태를 보인 379년 전 치욕의 역사를 거울삼아야 한다. 세상물정, 주변국 정보에 눈이 어두워 임진왜란에서 그렇게 당하고도, 청나라에 또 다시 참괴한 봉변을 당한 그 역사를 되새겨야 한다. 병자호란이 끝난 뒤 척화파(斥和派) 김상헌이 볼모잡혀 청나라로 떠나면서 읊었다는 애달픈 시구가 문득 떠오른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 고국산천을 등지고자 하랴마는 / 세월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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