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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시간

등록일 2015-03-24 02:01 게재일 2015-03-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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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진

돈이 없어 먹다 남은

쌀 두 말을 보내마, 막내야

고춧가루, 멸치젓을 비닐봉지에 담으시며

어머니의 가슴엔 물이 베인다

아이들아, 평생을 이와 같은

내 가난한 경제를 용서하여라

어머니의 수전증으로 떨리는 손길을 따라

나의 명치끝은 타오르고

쉰 밥을 물에 씻어 말아먹는 점심시간

어머니의 울먹이는 경제는

피로 가득 찼구나

멸치 젓을 봉지에 담을 때 스며나오는 국물이 적시는 보자기는 그냥 멸치 젓갈이 아니라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과 희생이 스민 이 땅 어머니들의 가슴이 아닐까. 오래 전에 발표된 시로서 지금의 분위기와 많이 다르긴 해도, 그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의 마음은 초시간적으로 초공간적으로 이어져왔고 이어져 갈 것이다. 그것은 어머니의 거룩한 본능이기 때문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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