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두 현
겨우내 엎드렸던 볏집
풀어놓고 언 잠 자던 지붕 밑
손 따숩게 들춰보아라
거기 꽃 소식 벌써 듣는데
아직 설레는 가슴 남았거든
이 바람 끝으로
옷섶 안 켠 열어두는 것
잊지 않으마
내 살아 잃어버린 중에서
가장 오래도록
빛나는 너
연두빛으로 번져오는 봄날, 시인은 그립고 아쉬운 사랑을 가만히 불러보고 있다. 겨우내 엎드렸던 볏집에 풀어놓고 언 잠 자던 지붕 밑으로 따순 봄꽃들이 벙글어지는데 지난 날 아쉬움으로 여미고 떠났던 안타까운 사랑에 대한 설레임이 일어나는 시인의 마음 한 자락을 본다. 사는 날 동안 가장 오래도록 빛나는 사랑의 대상이었던 사람이 우리에게도 있었을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