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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으로 띄우는 편지

등록일 2015-03-20 02:01 게재일 2015-03-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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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두 현
봄볕 푸르거니

겨우내 엎드렸던 볏집

풀어놓고 언 잠 자던 지붕 밑

손 따숩게 들춰보아라

거기 꽃 소식 벌써 듣는데

아직 설레는 가슴 남았거든

이 바람 끝으로

옷섶 안 켠 열어두는 것

잊지 않으마

내 살아 잃어버린 중에서

가장 오래도록

빛나는 너

연두빛으로 번져오는 봄날, 시인은 그립고 아쉬운 사랑을 가만히 불러보고 있다. 겨우내 엎드렸던 볏집에 풀어놓고 언 잠 자던 지붕 밑으로 따순 봄꽃들이 벙글어지는데 지난 날 아쉬움으로 여미고 떠났던 안타까운 사랑에 대한 설레임이 일어나는 시인의 마음 한 자락을 본다. 사는 날 동안 가장 오래도록 빛나는 사랑의 대상이었던 사람이 우리에게도 있었을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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