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종 환
그대 때문에 사는데
그대를 떠나라 한다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고
사람들은 내게 이른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돌아섰듯이
알맞은 시기에 그대를 떠나라 한다
그대가 있어서
소리 없는 기쁨이 어둠속 촛불들처럼
수십 개의 눈을 뜨고 손 흔드는데
차디찬 겨울 감옥 마룻장 같은 세상에
오랫동안 그곳을 지켜온
한 장의 얇은 모포 같은 그대가 있어서
아직도 그대에게 쓰는 편지 멈추지 않는데
희망은 거창한 것에만 걸려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시인은 그리워하고 기다리고 하는 사소한 마음의 흐름 같은데서 더 진지하고 견고한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둠 속 소리없이 빛나는 촛불들이, 차가운 겨울 산자락에서 봄을 기다려온 작은 나무 하나가 얼마나 커다란 힘을 가질 수 있는 지를 우리에게 넌지시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