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박근혜정부 2기 내각의 `성공조건`

등록일 2015-03-17 02:01 게재일 2015-03-17 19면
스크랩버튼
▲ 안재휘 서울본부장

국내외를 불문하고 대통령선거는 치열하다. 대선은 한 당파의 명운을 좌우하는 전면전이라는 차원에서 `신사도(紳士道)`가 강조되는 스포츠정신에 빗대어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후보뿐만이 아니라, 특정 잠룡 뒤에 줄을 선 적잖은 정치지망생들에게는 운명을 가름할 필생의 결전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은 내용적으로 `신사도`와 거리가 먼 대선은 크고 작은 여진(餘震)을 남긴다. 그 여진을 슬기롭게 다스리는 것은 오롯이 정치지도자들의 몫이다.

하염없이 추락하던 박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도가 설 연휴를 기점으로 상승기운을 얻고 있다. 42.8%를 찍으며 올 들어 첫 40%대에 올라섰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오랫동안 불통 이미지를 씻어내지 못해온 박 대통령에 대해 한때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던 적극지지층이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 속에 관심과 애정을 신집하고 나선 형국이다. 리퍼트 미 대사가 칼질을 당하면서 불거진 `종북 논란`도 하나의 외생변수라는 분석이다.

박근혜정부는 과연 성공한 정권으로서의 족적을 남길 수 있을까? 먼먼 우회로를 거쳐서, 2기 내각을 근근이 꾸린 지금에서야 비로소 성패의 분기점에 선 것 같다. 인사실패를 거듭하면서 얻은 값진 깨달음의 결과물로 나타난 정치인들의 무더기 내각수혈은 그야말로 비장한 최후의 결단으로 읽힌다. 때마침, 수족관을 휘저으며 뭇 어류들을 긴장시키는 작은 상어처럼, 유승민 원내대표가 새로운 당·청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국정의 중심축을 집권 새누리당이 어느 정도 장악해가는 모습도 나쁘지 않다. 박 대통령이 지난 연초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변화의 기미가 하나하나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느 대통령들이 그랬던 것처럼, 대선승리 이후 무한히 부풀어 오르던 `만기친람`의 권력욕심을 과감하게 덜어내지 못한다면 결국 짧은 재임기간 중 좌충우돌하다가 말 수도 있다. `경제 살리기`를 국정 최고의 화두로 삼은 대목이야말로 의미 있는 변화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정말 일정부분 물음표를 달고 있는 민심을 온전히 되돌려 세울 수 있을까. 결코 아닐 것이다. 박근혜정부에게 걸고 있는 `혁신`에 대한 기대는 언제고 폭발할 수 있는 중요한 뇌관을 품고 있다. 그래서 새누리당 민생정책혁신위원회가 대선공약 점검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는 소식은 신선하다. 지금쯤은 못 지킬 것은 못 지키겠다고 하고, 바꿀 것은 바꾸고, 지킬 것은 언제까지 하겠다고 쌈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혁신`은 박 대통령이 끝까지 놓아서는 안 되는 핵심 정책기조다. 나머지 버거운 약속들은 웬만하면 버리거나 역할분담으로 재조정하는 것이 맞다.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속설이 여전히 대중의 정서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혁신`의 이미지를 아주 상실한다면 치명적인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다가올 내년 총선은 물론 다음 대선까지도 아주 쭉정이농사로 만들 공산이 커진다.

통일문제는 치밀하게 대응하고 준비하되, 공적을 욕심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한국정치사의 뼈아픈 교훈이다. 국민들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몰려서는 결코 안 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키워드는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족적에 힌트가 있다. 당대의 수많은 원성과, 후대의 소나기 비판을 딛고도 국민들 가슴에 꿋꿋이 `존경`의 뿌리를 남긴 그 메커니즘을 살피는 것이 첩경이다.

100년 뒤를 그려야 한다. 후세 사람들이 대통령 박근혜를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하고 말할 것인지를 충분히 상상하는 것이 옳다. 이완구 국무총리와 역할을 분담하여 혁신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그것이 대선 여진으로 말미암은 권력 패거리들의 유치한 당쟁으로 비쳐지는 일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 모처럼 `소통`하는 모습을 흔연히 연출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고 싶다. 더 열고, 더 만나야 한다.

안재휘 정치시평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