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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변화 방향

등록일 2015-03-17 02:01 게재일 2015-03-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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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락 수필가·경주청하요양병원장

근래의 사람들은 뒤에서 누군가에 추격당하듯 뭔가에 쫓기면서 살아간다. 매사에 조급증을 낸다. 급작스럽고도 신경질적인 사태가 매일 신문 지상을 장식한다.

이런 형태로 사람들 마음의 변화가 심해져 간다면 미래 사회는 점점 더 복잡해질 것이다. 인간의 마음흐름의 변화는 통일신라시대 이후 약 1천 년간의 변화보다 20세기 100년간의 변화가 더 많았다. 즉 갑오경장 이후 김대중 대통령까지의 변화가 더 많았다는 것이다.

이후의 세계는 훨씬 더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과학의 발전과 그로인한 정보의 홍수로 변화는 가속화 되어서, 옛날에 공상 만화책에서 보던 현상들이 멀지 않은 미래에는 실생활에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벌써 절단된 부위에 인공 손을 착용하여 마음으로 조금 움직일 수 있다고 한다. 우주나 달나라 여행도 먼 미래의 일이 아닐 것이다.

씨족사회에서 부족사회와 국가형성을 거치면서 인간 사이에는 집단을 위한 개인의 상호협력이 근간이 되어왔으나 지금의 윤리와 도덕은 자기중심의 개인주의가 중심이 되고 있다.

이는 지금 서양에서 유행하는 사고방식이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를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서양의 자유사상의 근본은 기독교 사상에서 나오고 있다. 서양에서는 사람을 human being으로 인간 그 자체만을 의미한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인간(人間)이라 하여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요시했다. 서양의 기본 사상인 사랑은 예리하고 분석적이지만 동양의 사랑은 포용과 약간의 슬픔이 속성인 것 같다. 유교에서 말하는 인(仁) 사상이나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慈悲)사상 등은 과학 문명을 등에 업고 있는 사랑에 지금 소리 없이 뒷자리로 밀려나 있다.

서양의 사상은 사랑을 강조하지만 세계는 지금 칼을 겨누고 있으면서 말만으로 `사랑하자`고 외치는 격이다. 전쟁의 많은 부분은 사랑을 외치는 종교 때문이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종교로 인한 싸움은 거의 듣지 못했다.

정밀하고 예리한 사랑에 현대인들은 숙달되어 있으나 기독교의 근본 사랑과는 다르게 변형된 것이다. 현대인들에게는 뾰족한 첨탑 같이 예리한 사고방식보다는 둥근 돔 같은 사랑, 남의 아픔을 자기의 일인 양 슬퍼하는 자비, 인(仁)사상이 필요하다. 고추 다섯 근을 팔면서 한 줌 듬뿍 더 주는 여유로운 사랑을 말한다.

하늘과 통할 수 있는 사랑, 인, 자비 등의 방법은 인간 끼리에서도 제일 좋게 살아가는 방법이 된다. 이것은 자신을 앞세우지 않는 자들의 태도로서, 즉 이기주의의 정반대 편에서 남을 배려하는 자세를 가져야만 가능하다.

지구는 점차 땅, 하늘, 물 속 등 모든 곳이 오염되고 인권은 자꾸만 높아지고 있다. 국가는 힘을 지방자치로 넘겨주고 노동은 상당 부분이 기계로 대치되어가고 있다. 각종 정보로 머릿속을 꽉 채운다. 분초를 다투던 시간은 이제는 1/100초 단위로 좁아져서 마음의 여유는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공간도 지구 전체가 한 마을이 되어서 비좁다. 시간과 공간의 협공을 받아서 인간도 이제는 모든 면에서 미세하게 변하고 있다.

바쁘게 살아가더라도 멀리 내다보아야 한다. 각박한 현실이지만 자비나 어짐(仁) 등은 인간의 마음에 여유를 준다. “당신 먼저!”의 배려정신은 인간미를 더해 준다. 이러한 공간에서 비로소 사람은 그리움이나 애석함, 즐거움, 기다림, 인내심 등을 가슴에 쌓을 수 있다. 주위가 소란하고 바쁜 중일 때에도 그 이면에 나타나는 세상의 따뜻한 면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첨탑 같은 서양 문명 속에서 살아가지만 여유 있는 돔 같은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서양 문명과 싸우자는 것이 아니다. 서로 손잡고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춤을 추는 도중에도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서양의 장단과 동양의 것은 기본 스텝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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