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문 규
산수유꽃 피고 진 자리
새의 혀 돋고 있다
계곡물 밖의 산기슭에는
얼레지꽃들이 한창이다
마음속 수줍은
쪽 찐 처녀가
길 내고 있다
그 길은 우화루로 이어진다
오래전 꿈속에서 보았던
극락전 나비처럼
하늘에 걸쳐 있다
암벽이 끝나는 곳에서
나는 불명(佛明)으로 든다
새의 혀 같은 새순과 얼레지꽃들이 한창인 산기슭 화암사에 오르는 시인이 느끼는 봄은 오래전 꿈속에서 본 모습이 펼쳐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불교에서의 밝은 깨달음이라는 의미의 불명(佛明)으로 든다는 이 시의 마지막 부분은 산과 꽃들이 절집의 풍광과 함께 이뤄내는 아름다운 자연의 진상에 깊이 빠져든다는 의미일 것이다. 고운 봄날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