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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사진

등록일 2015-03-11 02:01 게재일 2015-03-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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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종 암

집 떠난 지 두 달이 넘어

시간이 지날수록 몸은 무거워지는데

길바닥에 찍어놓은 행인들의 발자국

짓이겨진 몰골에

비껴가는 시선들

오그라

드는

이리 저리 떠돌다

수갑채인 죄인처럼 꼼짝 못하고

사진관 앞 창틀에 걸린 눈빛들

오늘이 둘째놈 돌인데

창틀 안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

시퍼런 비수로 가슴에 아 꽂힌다

세상 분노와 슬픔의 힘을 끌어모아

잘못 세워진 거리의 집들

결단코 부숴나가야지

팔다리의 근육살 부풀리며 다짐하며

이 시의 중심에는 잘못 세워진 거리의 집이라는 말이 자리잡고 있다. 시의 내용은 우리가 읽으며 느낄 수 있는 비극적인 서사 그대로다. 가슴 아픈 이런 경우가 비단 여기 뿐이겠는가.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거리의 집이 거느린 엄청난 모순과 딱딱한 불구의 제도들 때문에 세상의 분노와 슬픔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이고 시인은 이러한 모순의 거리를 부숴나가야겠다는 강한 대결정신과, 극복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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