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윤 배
석남사 솜양지꽃 물속 같은 세월 지키고 있다
그 조용한 시간의 켜 속에
길고 느린 그림자 절집 오른다
허물고 다시 세우기를 거듭하는 절집
시간이 소멸로 가는 정적 깊게 쌓는다
느린 그림자 정적에 들어 움직이지 않는데
봄 석남사에는 꽃잎이 시간을 밟는다
봄날 석남사를 찾아 걸어올라가는 시인의 눈에 이른 봄에 마른 풀섶에 피어오르는 노오란 솜양지꽃이 보였다. 오랜 고찰에 흐르는 정적과 소멸, 적멸의 분위기를 뚫고 새봄의 전령인 솜양지꽃이 눈빛을 건내고 있는 것이다. 묵묵하게 세상과 등지고 영겹의 시간 속으로 건너는 오랜 절집의 시간 속으로 그 정적을 꿰뚫는 착한 소리 한 줌을 발견한 시인의 눈이 참 밝고 깨끗하고 따스하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