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사 인
바람을 죽이고
바람이 흰 알몸을 죽이고
대신 바람이 되어 돌아 나왔다
죽은 머리칼 하나가 암호처럼 이마에 붙어서서
나를 흔든다
바람은 죽어도 바람
머리칼은 꿈틀거리며
슬퍼하라 슬퍼하라 말한다
시인은 아주 세밀한 부분에서 우주가 전해주는 어떤 신호 같은 것을 듣고 느끼고 있다. 골목을 돌아나오면서 마음에서 바람으로 바람에서 마음으로 불어오는 그 무엇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바람에 실려다니는 마음은 바람이 된다. 세심한 마음은 바람이 불어오거나 어떤 자연 현상도 받아들이는 민감한 공명판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섬세한 시인 특유의 정서를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