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훈 지휘 류중일 감독 <br>신예 구자욱에 냉정한 평가<Br>“타격·수비 잘하는 것 아니다”
프로야구 통합 5연패를 향해 막바지 스프링캠프를 지휘 중인 류중일(52·사진)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아기사자`들을 향해 그동안 내밀어 온 당근 대신 채찍을 들었다.
류 감독은 24일 일본 오키나와현 온나 아카마구장에서 비로 취소된 넥센과의 연습경기를 앞두고 최근 팀 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예 구자욱(22)에 관한 질문에 냉정한 평가를 했다.
류 감독은 “아직 수비에서 외야를 지킬 만큼 넓은 시야를 갖추지 못했고, 1루를 보기에는 기존 선수들과 겹친다”고 설명했다.
구자욱의 타격에 대해서도 “지명타자로 나갈 정도는 아니다”며 “그 나이 때 이승엽이나 채태인 등과 비교하면 잘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아직 1군 경기 경험이 없는 구자욱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전 구단을 통틀어 가장 눈에 띄는 신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습경기에서 연일 맹타를 휘두르는 구자욱에 대해 류 감독은 `1급 관심사병`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팀의 최대 기대주라고 칭찬해 왔다. 그러나 이날은 “그동안 내가 너무 띄워줬다”면서 한 걸음 물러섰다.
이는 류 감독이 자신으로 인해 구자욱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이에 도취되지 않도록 채찍을 든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류 감독은 “올 캠프 연습경기에서 구자욱은 쉬지 않고 9이닝을 모두 소화시키고 있다”며 “그렇게 계속 힘든 것도 경험해봐야 한다”고 웃었다.
어미사자가 아기사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듯, 시범경기가 다가오면서 냉정해진 류 감독의 표현은 팀의 또 다른 기대주인 투수 정인욱(25)에게도 향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정인욱은 배영수가 자유계약선수(FA)로 이탈하면서 생긴 선발 로테이션의 5번째 공백을 메울 주인공으로 일찌감치 류 감독에게 지목돼 왔다. 정인욱은 앞서 15일 라쿠텐과의 연습경기에서 3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류 감독은 “정인욱의 구속이 아직 많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140㎞대 중반까지 끌어올려야 하는데, 아직 130㎞대 후반~140㎞대 초반에 머무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경기의 상금 봉투도 주지 않았다”면서 “다음 경기에서도 잘하는지 보고 주려 한다”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지난해까지 사상 첫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의 금자탑을 쌓은 삼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배영수, 권혁 등이 FA로 빠져나가며 전력에 공백이 생겼다.
류 감독은 “늘 엔트리에 포함돼 있던 선수들이 빠져나가니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고 채우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그래도 어떻게든 채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상은 정복하기도 어렵고, 지키기도 어려운 것”이라면서도 “모든 감독의 목표는 우승 아니냐”라고 올해도 최강의 자리를 지키겠다는 각오를 새삼 강조했다.
어렵게 올라선 자리를 올해도 지켜내기 위해, 류 감독이 젊은 선수들의 `나사`를 조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