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인 수
억누르고 누른 것이 마른 오징어다
핏기 싹 가신 것이 마른 오징어다
냅다, 불 위에 눕는 것이 마른 오징어다
몸을 비트는
바닥을 짚고 이는 힘
총궐기다
하다못해 욕설이다
눌리고 억눌리고 납작해진 오징어는 아픔 덩어리가 아닐까. 핏기가 싹 가신 마른 오징어는 사지를 비틀면서 불 위에 눕는다. 그러면서 오징어는 비로소 오징어가 된다. 오징어라는 존재의 의미랄까 방식을 얘기하면서 대충 대충 살아가며 경계선에서 어물쩍 서 있는 인생들에게 철저하게 자기 존재의 가치를 가질 수 있기를 가르쳐주고 있다. 비록 아픔과 엄청난 비애가 따르더라도 본질적 존재의 방식에 투철해야 한다는 것을 툭 던져주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