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승 호
불두덩뼈든 골반이든 늑골이든
뼈가 모래의 가족이 되려면
더 부서져야 하고
더 보드라워져야 한다
모래산에는
흐르는 모래
바람따라 움직이는 고운 모래뿐
덩어리진 것이라곤 없다
울음을 터뜨리면 밀려나오는 덩어리
그런 물렁한 핏덩어리도 없고
진흙구덩이로 내려가는 덩어리
그런 뻣뻣한 살덩어리도 없다
모래산에는
흐르는 모래
허공의 대가족인 별들처럼
흐름따라 흐르는 고운 모래들이 있을 뿐
궁극은 변질하지 않는다.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아무리 여물고 큰 뼈라도 모래의 가족이 되려면 더 부서지고 철저히 부서져서 보드라워져야 한다는 시인의 인식에서 그것을 읽는다. 모래산은 모래뿐인 것이다. 거기는 어떤 핏덩어리도 살덩어리도 없다. 다만 모래만 있을 뿐이다. 우리는 잘게 부서진 모래 같은 존재일까 생각해봄직한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