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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대 `문재인`

등록일 2015-02-10 02:01 게재일 2015-02-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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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재휘 서울본부장

지난 2012년 9월 17일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대선후보는 현충원을 찾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정신만 이어 받겠다”면서 끝내 이승만·박정희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20일 안철수 후보는 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을 포함한 전직 대통령 묘역을 모두 참배했다. 당시 인터넷을 비롯한 언론에서는 문재인 후보의 협량(狹量)이 단연 화젯거리였다. 그렇게 편협한 도량으로 무슨 대통령을 꿈꾸느냐는 힐난이 많았다.

전당대회에서 어렵사리 당권을 거머쥔 문재인 대표가 9일 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 대통령 묘역까지 참배한 일을 놓고 새정치연합이 시끌시끌하다. 전당대회에서 갓 선출된 정청래 최고위원은 방송에 나와 “백범 김구의 묘소, 그리고 박정희 정권에 사법살인 당한 대구 평화공원에 누워계신 인혁당 애국열사 이런 분에 대한 묘소 참배가 우선”이라며 문 대표를 겨냥했다. 새로 뽑힌 5명의 최고위원들이 문 대표와의 동행을 결국 거부한 것을 보면 착잡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한 정치인이 대권을 거머쥐기까지 겪는 여정을 되짚어 보면 인간의 의지만으로 안 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를 절절이 깨닫게 된다. 주인공의 전후좌우에서 우연과 필연들이 교직하며 일으키는 숱한 사건사고들이 어쩌면 그렇게 절묘하게 되어갔는지 신기한 구석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비마다 발휘되는 주연배우의 판단과 선택에는 남다른 예지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큰 지도자는 하늘이 낸다`는 말은 딱 맞는 말이다.

이 나라 정치의 큰 산맥을 형성하는 근원은 TK로 표현되는 대구·경북과 PK로 표현되는 부산·경남이다. 고비마다 영남지역에 뿌리를 둔 인재들이 역사의 물줄기를 갈랐고, 영남지역의 민심이 국민들의 정서를 결정해온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게 왜 그랬는지에 대한 많은 이론들이 존재하겠지만, 일단 남다른 열정으로 세력을 장악하는 힘이 강한 인재들이 영남지역에서 많이 배출됐다는 주장에 가장 큰 힘이 실린다.

새해 들어 PK출신의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대표가 정치권 여야 진영의 앞머리에 말고삐와 지휘봉을 잡고 서서 진두지휘를 하게 됐다. 대권잠룡 반열에 올라 연일 국민지지율의 파동을 타는 두 사람의 정치겨룸이 새 정치지도를 장식하는 가장 큰 변수로 작동하게 된 것이다. 싫든 좋든, 당분간 우리는 김무성-문재인 두 사람의 영남출신 정치인의 영향력 아래에서 나라의 미래를 고민하고 설계하면서 선택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증세 없는 복지`의 이상을 대선공약 맨 앞자리에 내놓았던 박근혜정부는 불과 집권 2년 만에 야릇한 자기모순에 빠져들고 있다. 정부는 `증세가 없다`고 우기고, 국민들은 `이미 증세가 시작됐다`고 여기는 어간(於間)에 정치가 갈팡질팡하고 있는 형국이다. 시나브로 팽창하고 있는 `복지정책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깨달음마저 부인하기는 어려운 형편까지 온 것 같다. 여야 정치권이 국민들에게 풀어줘야 할 가장 큰 매듭도 결국은 이 언저리에서 시작될 조짐이다.

어찌됐든, `김무성`과 `문재인`의 대권 레이스는 도량(度量)의 크기를 드러내는 대목에서 본격적으로 가르마를 탈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새해 첫날에 현충원을 찾아 “다 품어야 한다”며 이승만·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김무성이 극우에 발목 잡혀 품 너비를 한껏 좁히고 나아간다면 미래가 어두워질 가능성이 높다. 마찬가지로 문재인이 극좌에 허리띠를 잡힌 채 `전면전`운운하며 쌈닭 전략으로 일관한다면 더 큰 희망을 일구어내기 힘들 것이다. 문재인의 이승만·박정희 대통령 묘역 참배를 씹어대는 극좌인사들이, 지난 2011년 12월 17일 북한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 “조문을 해야 한다”고 우겼던 바로 그 사람들이 아니길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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