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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이고 뭐고 빨리 결정돼야”

전준혁기자
등록일 2015-01-12 02:01 게재일 2015-01-1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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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영덕 원전 예정부지 노물리에서는<Br>유치 여부 2년간 질질… 찬반주민 모두 지쳐<Br>보상금 기대감 무너지며 자포자기·반발 불러<Br>조용하던 어촌 가구수 늘며 펜션만 우후죽순
▲ 영덕군 영덕읍 노물리 전경. 조용한 바닷가 마을에 펜션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마치 유명 관광지인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을에 누가 들어 와 사는지도 몰라요”

영덕군 영덕읍 노물리 박영울(72)이장은 원전이 들어선다는 소문이 난 뒤 마을이 두패로 갈라 진 것 같다며 안타까워 했다.

지난 8일 찾은 이곳은 원전 부지 선정과 관련해 마을 주민의 동의를 받던 지난 2011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당시에는 140여 가구가 살던 조용한 어촌마을이었지만 현재는 190여 가구까지 늘었다.

또한 부지 선정 이후 늘어난 펜션들은 어촌과는 어울리지 않게 마을 입구에 자리잡고 있었고, 몇몇 펜션은 아직도 공사가 한창인 듯 중장비들이 들어와 있었다. 차량 통행마저 쉽지 않았던 좁은 마을 길 곳곳에는 이미 펜션이 빼곡하게 들어섰고, 해수욕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어촌 마을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이곳에는 고래불해수욕장과 강구에 비해 관광객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었지만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이곳의 펜션을 보면 첫걸음을 한 이들에게는 마치 한 여름 관광객들로 항상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라 여길 수도 있을 법한 모양새였다.

주민들은 낯선 사람들의 모습이 익숙한 듯 행인들에게 무관심 했고, 주민들보다 많은 갈매기들이 낯선 이방인을 반겼다.

원전 유치 여부가 2년여 동안 결정되지 않자 보상으로 인한 기대감에 부풀었던 마을 주민들 간의 갈등도 점점 커져만 갔다.

70~80대 노인이 대부분이었던 마을이었지만 최근 마을에 들어온 젊은 사람들이 보상문제로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처음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마을 일부의 임야만 예정부지에 포함되고 주민들이 사는 주거지역은 부지 밖으로 벗어나 버렸기 때문이다.

원전 보상금으로 타지역으로 이주해 새로운 삶을 살기를 바랬던 주민들의 희망은 노인 층에게는 자포자기를, 젊은 층에게는 반발심을 가져오기에 충분했다.

보상금을 타면 갚아주겠다고 수천만원의 빚을 내 배를 사들인 한 젊은이의 사연도 최근 감소한 어획량으로는 이자도 갚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민들의 걱정과 함께 심심찮게 이야기되고 있었다.

마을 어귀에서 바다를 바라다보던 박영울 이장은 “이제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지쳐가고 있다”며 “보상이고 뭐고 빨리 결정돼야 한시라도 주민들이 제 살길을 찾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평생 해왔던 바닷일로 까맣게 탄 피부와는 별개로 박 이장의 속마음도 까맣게 타들어가는 듯 했다.

/윤경보기자 kbyoon@kbmaeil.com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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