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포항스틸러스 감독 인터뷰
하지만 지난해 6월 팀의 중심축인 이명주가 아랍에미리트 알 아인으로 이적한 이후 힘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고, 결국 각종 대회에서 탈락하는 것은 물론 정규리그최종전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마저 놓쳤다.
아쉬운 2014년을 뒤로 한 포항은 2015시즌을 준비하며 외국인 선수 3명을 잇따라 영입하는 등 지난 2년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포항 선수단이 올해 훈련을 시작한 5일 송라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황선홍(47) 감독은 “포항을 맡고서 5년째인 올해 선수층 변화가 가장 크다”면서 “성공과 퇴보의기로에서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목표를 어느 대회나 경기로 특정하지는 않았으나 “올해는 경쾌한 포항의 축구를 되살려보겠다”고 다짐했다.
황 감독은 최용수(42) 감독이 이끄는 FC서울과의 대결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포항은 지난해 FA컵 16강,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공교롭게도 모두 서울과 만나 접전 끝에 승부차기에서 져 상위 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것도 모자라 K리그 클래식 최종전에서 수원에 패한 포항은 같은 날 제주를 꺾은 서울에 3위 자리를 내주면서 올해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서울만 떠올리면 승리욕이 샘솟는다는 황 감독은 “내일이라도 맞붙고 싶다. 끝장 승부를 보고 싶다”며 “올해 K리그 클래식 개막전에서 꼭 만나게 해달라”고 몇 번이고 말했다.
다음은 황 감독과의 문답.
-지난 2년간 황 감독에게는 `외국인 없는 쇄국축구` 이미지가 생겼는데.
△`선수가 없어서 졌다`는 논리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 않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외부에서 소지를 찾고 싶지 않다. 일단 저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황 감독이 힘든 여건 때문에 포항을 떠날 것`이라 걱정하는 팬들도 있다.
△대표팀 감독을 하기엔 아직 모자라다. 클럽 감독으로 하고 싶은 것도 많다. 포항의 여건이 늘 작년 같지는 않을 것이고 좋아질 수 있으니까. 힘들고 고민스럽기도 하지만 견디다 보면 좋은 상황이 오는 거 아니냐.
일본 쪽에서는 구체적인 건 없었다. 포항과 (올해까지) 계약이 돼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 훗날 기회가 돼 외국에 나간다면 좋은 경험이 될 거로 생각한다.
선수들이 열심히 해줘서 포항이 최근 우승 트로피도 많이 들어 올리고 역사에 걸맞은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족하지 않고 재도약 해야 한다. 구단도 그런 생각으로 선수들을 영입했다. 다른 것 생각하지 않고 포항에 매진할 것이다.
-최근 포항에서는 선수 영입 소식이 많이 들려온다.
△공격 쪽에서 영입이 많아 기대해주시는 것 같다. 기대를 받는 것은 좋은 일이다. 재미있을 것 같다. 국내 공격수들이 특히 긴장해야 할 것이다. (김)승대도, (고)무열이도 경쟁해야 한다. 외국인을 편애하는 건 아니고 서로 경쟁 관계가 되는 거다.
-올해 반드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우승은 나중 얘기고, 일단 축구를 잘했으면 좋겠다. 경쾌한 리듬의 축구를 빨리 살리고 싶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제 생각이 확고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의식만 깨울 수 있으면 할 수 있다. 우리가 해왔던 거니까. 그렇게 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있을 것 같다.
포항의 축구는 리드미컬하고 경쾌한 축구이길 바란다. 제가 가장 추구하는 것은 속도다. 공수 전환의 속도가 빠르고, 문전에서 세밀한 플레이하는 것, 그런 걸많이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여기서는 미들과 처진 스트라이커의 역할이 중요하다. 측면도 마찬가지다. 원톱과 제로톱을 병행해서 써야 할 상황이 있을 것이다.
-지난해 `악연`인 서울의 최용수 감독도 어서 다시 만나고 싶을 것 같은데.
△용수는 이제 만나면 죽었다(웃음). 서울과는 올해 개막전에 붙여주셨으면 좋겠다. 진짜 상암에서 만나고 싶다. 무승부로 끝내지 말고 승부차기라도 해서 끝장 승부를 보고 싶다. 당장 내일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짐 싸서 (서울 전지훈련지인) 괌으로 갈까(웃음). 최용수 감독도 개막전에서 붙자더라. 이건 전쟁이다.
아, 지금도 승리욕이 주체되지 않아 운동장에 나가 전속력으로 세 바퀴 뛰고 들어오고 싶은 기분이다. 제가 웬만해선 흥분하지 않는데 서울 얘기만 나오면 이렇게 된다. 프로축구연맹에도 개막전 일정을 제안해달라. 진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