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명 란
여름밤 공원의 작은 나무 사이사이
아가리를 쩍 벌린 해충퇴치감전등이
긴 목을 쭉 빼고 서 있다
목숨을 움켜쥐고 줄줄이 날아든 날벌레들
통제도 없는 접경을 날아오른 익명들의
단 한 번 저항도 없는 죽음
차라리 공원에 여름이 찾아오지 말았어야 해
오늘도 저 고압 전류에 찌직찌직 난사당한
목숨의 파편들
총성만 들리고 총알 박힌 흔적은 없다
이 날벌레들의 참극 이후에 오는
인간의 무절제한 평화
어떤 정치성도 이 참사에 대해선
아무 말이 없다
전기에 감전돼 벌레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죽음과 삶이 교차되는 생의 단층을 투시하고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한 풍경이지만 시인의 눈은 예리하게 그곳에 머물고 하루살이 같은 우리네 한 생을 대입시켜본다. 벌레들의 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는 인간들이 떼로 무너지고 다치고 죽어가는 일들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