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진 용
산꼭대기에는 티 없는 벽공이
하늘 궁전이 펼쳐 있어요
알 수 없는 문장들이
제단 위에 쓰러져 있어요
저 희생된 언어들 지워버린 온갖 상념들
피 묻은 칼이 있어요
굽어보는 발 아래는 강물이 흐르고
강물 위에는 주먹별이 떠오르고 있어요
희끗희끗 진눈깨비 흩날리면
하늘 길도 질척일까요
헛다리 발자국도 감미로워
별빛 궁전이라도 가까이 찾아 들겠어요
하늘 궁전이 목메게 그리워요
어쩌면 여기에서도
하늘 궁전에 닿을 것만 같은
마음 안의 꽃향기 향그러워요
힘들고 상처투성이의 현실을 피해 이데아의 세계를 추구하는 시인의 마음이 읽혀지는 작품이다. 지상의 속된 가치를 떠나 산에 오르고 일상의 곤고함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마음에서 일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의 세계는 시인이 말하는 하늘궁전인지 모른다. 그것은 운명적으로 영원히 가 닿을 수 없는 공간이고 영원한 추구와 그리움의 대상이다. 그러나 시인은 끝없이 산에 오르고 또 오른다. 그것이 그러한 한계를 벗어나려는 인간들의 절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