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을 마무리 하는 칼럼으로 필자는 “갑오년엔 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그리고 글의 마무리에서 “참 답이 안 나오는 나라다. 아마도 2014년 올해의 한자는 `공도동망`(共倒同亡·넘어져도 같이 넘어지고 망해도 같이 망한다)이 되지 않을까!”라고 글을 맺었다. 그런데 그 말이 예언처럼 적중한 듯하다.
철도파업의 연장선으로 시작한 2014년, 청마의 푸른 기운은 다 어디가고 안타깝게도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이 너무도 잘 어울린 해였다. 아프지만 마무리를 잘 하자는 의미에서 2014년 사건 사고를 정리 해본다.
(1월) 대형 카드사 고객 정보유출 사고, (2월)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 (3월) 송파 시내버스 추돌 사고, (4월) 28사단 윤일병 사망 사건, 그리고 세월호 참사, (5월) 고양터미널·장성 요양병원 화재사고, (6월) 22사단 GOP 임병장 총기 난사 사건, (7월) 구룡마을 화제, 무궁화호 열차충돌 사고, (8월) 청도 오토캠핑장 사고, (9월) 레이디스코드 사고, (10월)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11월) 담양 펜션 화제 사고, (12월) 수원 팔달산 살인 사건, 오룡호 침몰, 땅콩 리턴, 한국수력원자력 해킹. 정말 사건 사고가 사회 전 분야, 그리고 하늘과 바다, 육지에서 릴레이 경주 하듯 발생한 2014년이다. 모두가 사건 사고들이 종료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사건 사고들은 현재를 넘어 미래 진행형으로 진화가 있다. 큰 사건 사고들이 워낙 많다 보니 이젠 웬만한 사건 사고는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많은 사건 사고들이 어쩌면 안전 불감증, 원칙 둔감증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럼 이 많은 사건 사고들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무책임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자신의 일에 책임감을 갖고, 또 끝까지 자신의 일에 책임을 졌다면 결단코 이 많은 사건 사고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아니었다. 조금만 힘들거나 어려우면 우리는 포기하거나 회피하거나, 대충하고 말았다. 우스갯소리 중 이런 말이 있다. “나만 아니면 돼!” 장황한 설명 필요 없이 이 한마디면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사건 사고들의 원인을 다 설명할 수 있다.
교수들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일컫는다는 뜻으로 고의적으로 옳고 그름을 뒤바꾸는 행위를 비유함)를 선정했다. 무책임과 허위가 판치는 대한민국의 상황을 나타내기에 적절한 말이다. 그런데 이 보다 더 2014년 대한민국을 잘 나타내는 말은 흉포악려(凶暴惡戾)다. 정말 2014년 대한민국은 흉악과 포악의 절정이었다. 그 2014년이 이제 마무리 되고 있다. 다행인지, 아니면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던 끝이다. 끝은 새롭게 시작할 수 있기에 희망적이다.
2015년 을미년. 양띠 해, 그것도 청양띠 해란다. 그런데 트라우마 때문인지 왠지 푸른색이 달갑지 않다. 큰 사건 사고들이 유독 많았던 2014년이 청마의 해였기 때문이다. 푸른색은 생명과 희망을 상징하는 색인데, 이러다 사건 사고를 상징하는 색이 될까 염려스럽다. 2015년엔 그 푸른색의 의미가 제발 원래의 의미를 되찾기를 기원한다. 그래서 거칠어 질대로 거칠어진 말이 숨을 고르고, 푸른 기운의 양처럼 이 나라도 안정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을미사변, 2003년 계미년 대구지하철 참사 등 양과 관련된 과거를 떠올려보면 올해도 결코 만만치 않은 해가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이 불안감을 떨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우리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면 되는데, 과연?
2015년을 시작하는 사자성어로 충신 위강이 임금 도공에게 말한 거안사위(居安思危)를 제시한다. “생활이 편안하면 위험을 생각하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준비를 해야 화를 면할 수 있다(居安思危 思則有備 有備無患)” 우리 모두 거안사위의 마음으로 을미년을 잘 맞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