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영 민
나갔다
젓가락으로 여러번 찔러본 흔적이 있다
나도 너를 저렇게 찔러본 적이 있지
잘 익었나, 몇 번이고
깊숙이 찔러본 적이 있지
뜨거워
손을 바꿔 잡다가
괜한 내 귓불을 잡은 적이 있지
후후, 베어물고
입속에서 여러 번 굴려본 적이 있지
벗겨 먹은 적이 있지
목이 메어 가슴을 두드리고
벌컥벌컥, 찬물을 들이켜고는
망연자실
내려다본 적이 있지
지난 가을 지역출신의 김왕노 시인의 모친상에서 고영민시인과 한 시간 여 정담을 나누다 왔다. 고영민은 충남 서산 사람이다. 그와 얘기를 나누는 동안 착하고 순한, 천상 촌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맑은 사람의 향기를 소매가득 묻히고 돌아왔다. 이 시에서도 마흔을 넘기면서 삶을 뒤돌아보는 순정한 시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거침없이 달려온 시간들을 이제 마흔의 고개에서 돌아보고 있다. 열정의 시간들과 조심스러우면서도 진지하게, 의욕과 뜨거움의 시간들을 아내를 내세워서 성찰하는 시인의 눈이 깊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