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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을 마치고

등록일 2014-12-23 02:01 게재일 2014-12-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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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영재 2014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 운영위원장

`2014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이 막을 내렸다. 2012년에 시작하여 두 번의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작부터 난항이 거듭된 탓에 축제를 마친 지금까지도 가끔씩 가위눌림 같은 걸 느낀다. 페스티벌을 주관하였던 사무실은 무사히 마친 안도감에 약간의 여유로움이 느껴지기도 하나 여전히 정산업무와 세미나 준비, 도록제작 등 뒷정리에 여념이 없다.

포항은 영일만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제철의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근대화를 견인해 온 도시이며, 그런 연유로 필자도 포항시민인 것이 언제나 자랑이었다. 한반도를 밝히는 신성한 새해를 맞이할 때도, 우리고장 포항과 함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포스코 용광로의 검은 연기를 바라볼 때도, 연기 색깔의 검기보다 더 큰 자부심을 무럭무럭 피워 올리곤 하였다.

철들며 배운 것이라고는 문화니 예술이니 하는 인간의 영혼에 관계되는 일들이어서 산업역군으로 선진도시 포항을 건설하는 데는 그다지 기여하지 못했다. 그러나 축제니 문화운동이니 하며 도시의 격을 높이기 위하여 뜻이 통하는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밤새가며 궁리하다 작은 성취에 감격하기도 하고 때로는 좌절하기도 하였던 세월이 얼마이던가. 역사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는 법, 다행스럽게도 우리 포항엔 그런 사람이 있었다. 한반도의 새벽을 여는 도시 포항의 정체성을 규명하여 불빛축제의 개념을 만들고, 스틸컨벤션시티의 실마리를 찾아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 개념을 만들고, 이 꿈같은 일이 이루어지게 한 사람과 사람들.

올해로 세 번째인 `2014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이 해도근린공원에서 열렸다. 예년과 달라진 예산지원 방식과 지자체 선거 일정으로 축제 계획을 미리 세울 수가 없는 사정이라 애만 태우던 날들. 그럼에도 시간은 흘러 야외 행사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추위는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었다. 참여 작가 섭외에 필요한 시간 뿐 아니라 개막행사와 축제프로그램 대행업체와 작품의 운송, 설치 등을 대행할 업체 선정을 위한 일정을 최소화하여 11월 15일을 개막일로 잡았다. 혹시라도 유찰이라도 되는 날에는 그 날짜조차 맞추기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개막일, 수십 수백 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전국적으로 비가 예보된 날이었지만 하늘이 파랗다. 날씨 부조가 절반이라는데 우리의 간절함이 하늘에 닿은 걸까. 감사했다. 폐막일, 종일 비가 내렸다. 늦가을의 추위와 함께 추적추적 내리던 비, 해도공원의 밤을 적시며 끝없이 울어대던 `세헤라자데`의 나팔소리(마지막 날 프로그램 오류로 같은 소리만 끝없이 되풀이 됨) 또한 잊을 수 없다. 존재론적 서술, `세헤라자데`는 절정으로 치닫는데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염려되어 결국은 스피커에 연결된 전선을 잘랐다. 해도공원은 내리는 비와 함께 정적에 잠겼다. 박석원 선생의 `핸들`도, 김영원 선생의 `사람 꽃`도 축제기간 내내 한결같은 모습으로 절하던 `인사하는 사람`도 비에 젖은 채 그렇게 막을 내렸다.

전국 각 지자체에서 연간 열리는 축제가 무려 3천여 개라 한다.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도 그 중 하나이지만, 단순히 숱한 축제 중의 하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포항의 정체성을 담은 세계 유일의 스틸아트 축제이다. 그렇지만 걸음마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시행착오도 있을 수 있고, 현실적인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마음같이 실행할 수 없는 부분 또한 많다.

이젠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타 도시와의 경쟁력, 여타 축제와의 차별성, 스틸작품에서 흘러내리는 녹물의 관리와 작품 보존 문제, 조각공원, 스틸비엔날레, 스틸어워즈…. 조급하지 말자. 성급하게 성과를 판단하지 말고 차근차근 한 걸음씩 가자. 문화 예술이 원래 가랑비 내리듯 소리 없이 스미지만 응축된 폭발력은 엄청난 법이니까. 굳이 엄청이 아니면 또 어떠리. 우리고장 포항의 동서와 남북이 아트웨이로 하나 되어 축제의 여운이 오래토록 이어진다면 충분하지 않은가? 그러한 바람과 기대로 알 수 없는 이 무거움도 견뎌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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