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병 일
하늘 지붕 덮고 누운 산바람 우거진 풀숲에
세상 부귀공명도 그리움, 사랑, 미움도
죄다 버린 지 오래된 묘비 석 하나 쓸쓸하다
작은 하늘 집 허물어진 채로 잔술도 없이
알몸으로 누워서
이 세상 살면서 다 하지 못한 말
하 많이도 있으려만 아무 말 없이 쓸쓸히
이 땅 어느 산자락 모룽지마다 이러한 묵묘가 없겠는가. 가난하고 쓸쓸하게 살다가 하늘로 돌아간 민초들이 말없이 조그만 돌 비석 하나 앞세우고 누워있는 것이다. 세월 많이 흘러 봉긋하던 봉분도 거의 지워지고 우거진 잡풀 속에 누워 무상히도 흘러가는 구름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인생이던 모두 그곳으로 가서 누울 것이다. 부자도 빈자도 권력자도 민초도 모두들 자연으로 돌아가 누울 것이다. 그게 인생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