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승 도
그러지 마라 곧 너를 잡아 삶아 먹을 텐데
그러면 네 고기 맛이 어찌 좋겠냐
가만히 있어라 꼭 그렇게 살갑게 다가오려면
아예 내게 덤벼들어라 그래서 줄을 놓게 하여
저 산속 깊이 들어가서 살아라
그래도 개는 둥글게 만 꼬리를 흔들며 웃었다
그런다고 너를 살려두진 않을 테니
이제 그만 해라 그리고 잘 가라
그래도 개는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웃었다
오랫동안 산속 생활을 해오는 시인이 곧 잡아먹을 개에게 말을 걸고 있다. 곧 잡아 먹을 개가 살갑게 꼬리를 흔들며 웃는 현실, 이런 현실은 시인에게 허락되지 않은 동정심을 자극하는 일이지만 시인은 애써 차갑게 말하고 있다. 우리네 삶의 여러 모습들 속에서도 이러한 것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연민 따위는 사치라는 위기의식과 삶의 차가운 이면을 직시하는 시인의 눈이 그윽하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