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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라 바다

등록일 2014-12-17 02:01 게재일 2014-12-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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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용 숙

바다는 지금 보름달을 순산 중이다

물 위로 길게 뻗은 금빛 항로가 눈부시다

낮 동안의 부끄러운 것들은

숨어들었다

물소리 베고 누워 눈만 껌뻑이는,

시간의 끈을 놓아버린 폐선 한 척이

결빙된 자신의 꿈보다

흘려보내지 못한 말들을

아파하며 몸 뒤척이는 곳에서

나는 바다로 인해

끝없는 패배를 배운다

달빛이 바다를 삼키는

생명의 대서사시 앞에서

물결 위로 금빛 길을 열어주는 보름달. 분탕스러웠던 한낮의 시간들 그 부끄러웠던 것들이 그 길 위에 스미고 폐선 한 척이 가슴 가득 품은 아픈 시간의 흔적들로 뒤척이는 송라바다에서 시인은 이만큼 세상을 뜨겁게 건넌 시간들을 돌아보고 있다. 그 성찰을 통해 겸허하게, 끝없이 패배를 배운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가만히 맑고 밝은 밤의 서정이 곱고 깊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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