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마마 출신 신연아, 첫 솔로앨범 `바가본드` 발표
빅마마 시절 고음과 저음을 넘나들며 시원하게 내지르던 창법을 버리고 그녀는 새 앨범에서 가창력을 뽐내는 대신 나직한 목소리로 찬찬히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지난 10일 종로구 재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신연아는 “빅마마 활동 당시 정작집에서는 잔잔한 음악을 들었다. 편안하게 듣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스스로 해보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앨범작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렇게 1년여의 음반 준비 작업이 시작됐다. 이미 십수년 전에 써놓은 곡부터 앨범 발매를 앞두고 쓴 곡까지 모두 9곡이 담겼다. 대부분이 직접 작사·작곡한 곡들이다.
그녀는 이번 앨범에서 과거 자신이 집착하던 것들을 버리려고 노력했다. 소속사없이 나홀로 작업을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특정 회사에 소속돼 작업하면 부담이 될 것 같았습니다. 내가 먹여 살려야 하는 문제도 있잖아요. 그런 부담이 싫었어요. 곡이 써질 때 쓰고, 녹음이 될 때 하고. 모든 것을 편안한 마음으로 나 혼자 했습니다.” 기존 창법도 버렸다.
“빅마마 때처럼 대중적이고 시원시원한 것 좋아하는 분들은 답답하게 느낄 수도있다. 네명이 하는 음악과 한 명이 하는 음악의 차이도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앨범은 내 내면을 고스란히 담았다”라고 신연아는 소개했다.
악기도 기타, 피아노, 아코디언 등으로 최소화했다.
쉬는 동안 재즈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새 음반 작업에 영향을 미쳤다.
“나이를 먹을수록 설 수 있는 무대가 좁아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재즈하는 사람들은 이런 제약에서 자유로워 보였죠.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그러다가 재즈에 관심을 갖게 됐고 우연히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재즈풍 음반까지 내게 됐습니다.”
신연아는 첫 솔로 앨범을 `명함`에 비유했다. 그녀의 현재를 한눈에 보여준다는이유에서다. 그녀가 명함에 비유한 이 앨범의 제목은 프랑스어로 `방랑`이라는 의미의 `바가본드`.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 정처없이 떠도는 자신의 모습을 담은 제목이란다.
이 가운데 `디뜨 모아 에디뜨`(Dites-moi, Edith·말해줘 에디뜨)와 `빠담빠담`(Padam Padam) 등 2곡은 프랑스어 곡이다.
그녀가 추구하는 프랑스 감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곡이다. 프랑스어의 특성상 대중적이지 못한 한계가 있지만 오래된 샹송의 분위기를 살리고 싶어 불어 가사를 고집했다.
빅마마 3집에 수록했던 자작곡 `모두 용서한다`도 재즈의 느낌으로 재해석해 담았다. 아동 성폭행 피해자의 심정을 절절히 풀어낸 곡으로, 한국어 가사와 프랑스어가사의 상반되는 내용이 피해자의 고통을 극적으로 전달한다.
30대 빅마마 시절 노래의 중심이 `사랑`이었다면 40대가 된 그녀는 `사랑`(코스모스)과 `이별`(농담)을 넘어 `부모`(늙은 어미의 노래, 엄부), `인생`(리셋), `사회문제`(모두 용서한다) 등으로 노래 주제를 넓혔다.
“우리가 잘 얘기하지 않는 진실, 술자리 같은 데서 하지 않는 얘기들, 혼자 있을 때 그리워하는 것들을 노래하려고 했어요.”
그러나 `사랑`에 대한 믿음도 여전하다.
“(프랑스인) 남편은 사랑을 믿는 사람이에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죠. 남편과 함께 있으면 하나도 두려운게 없어요. 누군가를진심으로 사랑하면 우주가 열리는 것 같은 마음을 타이틀곡 `코스모스`에 담았습니다.” 작사·작곡을 하게 된 것도 이런 다양한 얘기를 좀 더 잘 풀어내고 싶어서다.
“어설프지만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내가 가장 잘 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다른 사람이 잘 표현해준다고 해도 내 가려운 속을 다 긁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죠. 내가 내 얘기를 해 버릇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음반과 함께 그녀의 `방랑`은 끝났을까.
신연아는 “20대와 30대, 지금 추구하는 음악이 조금씩 다르다. 음악의 근본을 찾기 위한 방랑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