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나라가 한 사람 때문에 시끄럽다. 도대체 어떻게 된 나라기에 한 사람 때문에 이렇게 흔들릴 수 있는지. 갑자기 용비어천가 제2장이 생각난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므로, 꽃이 좋게 피고 열매가 많습니다.` 오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나라의 뿌리는 지금 어떤 상태이기에 이다지도 쉽게 흔들린단 말인가. 그 흔들림에 열매는커녕 꽃 봉우리도 맺지 못하고 있다. 정말 대한민국의 뿌리는 어떤 상태일까?
식물 국회가 오랜만에 시끄럽다. 여당은 수사 먼저, 야당은 진실 규명 먼저라고 서로 목청을 높이고 있다. 그동안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국회가 활기를 되찾아 반갑기는 하다만 속내를 알고 보면 또 한숨부터 나온다. 국민은 선진 국민인데, 국회는 후진 국회라는 말이 이번에도 여실히 통했다. 국민과 나라를 위해 써야 할 힘을 국회는 또 서로 싸우는데 쓰고 있다. 여야는 제발 먼저를 외치기 전에 무엇이 먼저인지를 깊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이 나라에서 제일 먼저여야 할 것은 국회 정상화라는 것을 국민들은 다 알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모르고 있으니, 이보다 더 웃기고, 안타까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이 번 주말을 보내면서 필자는 대한민국 여의도를 정의 할 수 있는 말을 찾았다. 그건 바로 건수(件數) 정치다. 건수만 노리는, 한 건만 물었다 하면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장이 되어 버리는 참 슬프고도 아픈 영화 같은 이야기의 배경이 여의도라는 것을 새삼 다시 느꼈다. 건수 잡기에 혈안이 되어 있기에 국민이, 또 나라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국민들은 어떻게든 흔들리는 나라를 바로 잡으려 애쓰는데, 높은 데 계시는 분들은 왜 더 흔들려고만 하는지, 멀미에 누렇게 뜬 이 나라의 모습이 정말 보이지 않는지 묻고 싶다. 세종대왕께서 지금의 나라 모습을 보시면 어떤 글을 지으실지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분명 이 말씀은 하셨을 것이다. “오호 통재(嗚呼 痛哉)라!” 아니면 “오호 애재(嗚呼 哀哉)라!”
여의도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으려 했는데, 답답함이 커서 이야기가 좀 길었다. 글을 쓰면서 필자는 여의도에 꼭 산자연중학교 붕어빵을 배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하시는 분들을 위해 잠시 산자연중학교 붕어빵 이야기를 하면 다음과 같다.
11월 들면서 학교 쉼터에 양어장이 생겼다. 그런데 이 양어장은 좀 독특하다. 물이 아닌 불에서 고기들이 자란다. 다른 물고기들은 물 조절을 잘 해줘야 하지만, 이 양어장의 고기들은 불 조절을 잘 해야 한다. 치어기가 없이 바로 성어가 되는 양어장! 성어가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2분 남짓. 필자는 이 양어장을 통해 불이 물보다 더 급하다는 것을 알았다. 조금이라도 한 눈을 팔거나, 때를 놓치면 비단 붕어대신 새까만 붕어가 나온다. 학교 아이들은 이런 붕어를 선탠 붕어라고 부르며 거침없이 입속으로 넣는다.
자연을 배우는 학교에서 붕어를 한 입에 넣는 모습이 도대체 말이나 되느냐고 깜짝 놀라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눈치가 빠르신 분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고 있을 것이며, 선탠 붕어라는 말에 어쩌면 큰 웃음을 웃었을 것이다. 혹 여러분은 이 양어장에 대해 눈치를 채셨는지? 그렇다, 바로 필자가 여의도에 꼭 보내고 싶은 붕어빵을 만드는 기계다. 그럼 이 양어장 지기는 누구일까?
여러분께서 산자연중학교를 방문하면 운동장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한 사람이 있다. 먼지 가득 앉은 모자를 눌러 쓴, 시커먼 잠바에 몸을 깊게 묻은, 손에는 계절을 맞이하는 도구들이 항상 들려 있는 그 분을 여러분은 절대 모습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 분과 인사를 나누면서 여러 분은 자연스레 보게 될 것이다. 하얗게 빛나는 로만 칼라를! 늘 낮은 곳에서, 늘 낮은 자세로, 당신보단 항상 학생과 세상 모든 이들을 먼저 생각하시는, 또 그들을 위해 기꺼이 당신의 모든 것을 내어 주시는 신부님! 학생들을 위해 신부님께서 직접 만드신 붕어빵을 여의도에 꼭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