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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큰 울림이 있는 영화죠”

연합뉴스
등록일 2014-12-04 02:01 게재일 2014-12-0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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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규 감독 단편영화 `민우씨 오는 날`로 3년만에 메가폰 잡아
“가볍고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했습니다. 작지만 큰 울림이 있었고 감독에 있어 영화란 무엇인가를 자문하게 만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국내 첫 블록버스터 영화인 `쉬리`(1998)를 비롯해 `태극기 휘날리며`(2004), `마이웨이`(2011) 등 대작을 주로 연출해 온 강제규 감독이 `작은 영화`로 3년 만에 관객과 만난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28분 길이의 단편영화 `민우씨 오는 날`이다.

영화는 서서히 자신의 모든 것을 잊어 가면서도 한결같이 그 자리를 지키며 60년 전에 헤어진 연인 `민우씨`(고수 분)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연희`(문채원 분)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강 감독은 2일 시사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마 5년이 지나면 지금 남아 있는 이산가족들도 나이가 들어 돌아가시고, (이산가족 문제가) 기억에서사라질 것”이라며 이산가족의 아픔을 다룬 배경을 설명했다.

“`태극기 휘날리며`를 만들기 전에 여러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한국 전쟁에 참전한 남편이 살아 있을 것이라고 평생을 믿고 살던 한 할머니가 전사자 유해 발굴 현장에서 남편의 유품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한 젊은 병사의 등에 업혀 산을 오르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어요. 유품이 발견되는 장면은 `태극기 휘날리며`에 차용했지만 항상 그 할머니가 기억에 남아있었죠. 그 할머니를 생각하며 만든 영화입니다.” 영화 속에서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의 머리카락처럼 기억이 무섭게 뽑혀” 나가는 연희는 평양에 간 민우를 기다리며 매일 꽃다발을 사고 따뜻한 밥과 숭어국을 준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연희를 찾아온 사람들은 민우가 살아 있다며 민우를 만나러 평양에 갈 준비를 하라고 하고, 연희는 민우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이유를 의아해하며 평양으로 향한다.

“단편영화를 다룬 것은 대학교 때 이후로는 처음”이라던 강 감독은 “이산가족 문제는 어떻게 보면 큰 상업 영화에서 다루기 어려운 소재라 이번 기회에 다루고 싶었다”면서 “일종의 프리퀄(원작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 개념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민우씨 오는 날`은 그에게 흥행 참패라는 쓴맛을 안긴 `마이웨이`의 홍콩 상영으로 연을 맺은 홍콩국제영화제가 제작을 지원해 만들어졌다.

아시아 지역의 감독 4명이 만드는 옴니버스 프로젝트 `뷰티풀 2014`의 일환으로, 제38회 홍콩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였다.

문채원은 민우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릴까 두려워하는 연희 역을 맡아 청순한 매력을 뽐내며 한층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인다. 손숙의 절절한 연기는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강 감독은 “기나긴 기다림, 고통 속에서 살아왔던 부모님 세대의 기나긴 고통을공유하고 공감하는 자리이길, 그분들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는 작은 손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재개발을 앞둔 동네의 장수마트를 중심으로 똥고집의 까칠한 노인 성칠(박근형 분)이 금님(윤여정)을 만나고 벌어지는 따뜻한 가족애를 담은 영화 `장수상회`를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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