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미생` 윤태호 작가, 드라마 성공에 大만족… 美·中서도 반응 좋아
케이블 채널 tvN에서 방영되는 동명의 드라마 인기에 힘입은 덕이다. 우리네 직장 풍경을 예리하게 포착한 드라마 `미생`은 온·오프라인에서 큰 화제를 뿌리면서 지난 주말 케이블 채널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시청률 6%를 돌파했다.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창조경제박람회 간담회에 참석한 `200만 부의 사나이` 윤태호 작가는 “많은 사람이 제가 만든 작품을 (재창조하기) 위해 뛴다는 생각에 믿을 수 없이 감격스럽다”고 밝혔다.
`미생`은 지난 2012년 9월 단행본으로 발간되기 시작해 작년 10월 9권으로 완간됐다. 윤 작가가 기획부터 연재까지 장장 4년 7개월간 공을 들였다는 만화 자체도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출판사에서 처음 제안한 제목이 `고수`였어요. 바둑 고수가 세상 사람들에게 지혜를 나눠준다는 그런 뜻이었죠. 그런데 제가 고수 같은 그런 제목 자체를 좋아하지 않아요. 제가 고수가 아니라서 그런지 그런 사람의 정신세계를 알 수 없고요.” 윤 작가가 새롭게 제안해 확정된 제목이 `미생`이다. 삶과 죽음이 결정되지 않은 바둑돌을 뜻하는 `미생마`에서 말 마(馬) 자를 덜어내고 `미생`으로 제목을 지었다.
윤 작가는 “고졸 검정고시 학력이 전부인 채 입사한 장그래가 미생인데, 그렇다고 회사 정사원과 대표는 과연 완생인지 하고 생각하게 된다”면서 “우리 모두 미생으로서 완생을 지향하는 게 아닌지 확장하고 해석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장에서 드라마 하이라이트 영상을 감상한 윤 작가는 흡족한 표정으로 “다시 봐도 정말 재미있다. 지금의 드라마 결과에 너무너무 만족한다”고 밝혔다.
윤 작가는 드라마가 거둔 성공의 많은 공을 `미생` 제작진에 돌렸다.
“김원석 PD가 사석에서 제게 100번 넘게 `미생`을 봤다고 하더라고요. 저보다 훨씬 더 제 작품을 탐독하고 분석했어요. 시나리오도 미리 받았는데, 지나친 개입 같은 느낌이 들었고 정말 시청자로서 1회를 보고 싶었기에 시나리오도 보지 않았어요. 원작자의 의도를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작업하느라 정말 힘들었을 겁니다.”
`미생`을 제쳐놓더라도 윤 작가의 이력은 눈부시다. 그가 그린 웹툰 `이끼`는 온라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강우석 감독이 연출한 동명의 영화는 340만명의관객을 끌어모았다.
“`이끼` 이후에 영화사로부터 차기작 시나리오를 줄 테니 웹툰으로 연재할 수 없겠느냐는 문의가 정말 많았어요. 웹툰을 통해 먼저 붐을 형성하기 위한 목적도 있겠고 웹툰으로 먼저 작품에 대한 반응을 본 다음 보완 발전해서 영상으로 연출할 수도 있으니까요.”
윤 작가는 “이제 웹툰이라는 플랫폼 자체가 만화가만의 공간이 아니라 여러가지일을 하기 위한 무대가 된 느낌”이라면서 “기존의 순수한 만화 연재 공간과는 정말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많은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서 2차 저작물이 나오기를 원한다”면서 “작가가 그런 것에 눈 돌려도 되느냐는 식으로 2차 저작물로 가는 것 자체를 터부시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요즘 저를 찾는 곳이 너무 많아서 작업에 방해를 받는 상황”이라는 윤 작가는 “`미생` 덕분에 작품을 위한 취재가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연재 중인 작품을 위한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미생` 작가라고 설명하면 다른 설명을 더 할 필요 없이 취재가 잘 되고 있어요. (웃음) 또 `미생`으로 얻은 수익 덕분에 헬리캠까지 띄워서 취재도 했고요.”
그는 `미생` 만화 시즌2를 올해 가을에 내겠다고 공표했지만 현재 연재 중인 만화와 넘쳐나는 일정 때문에 내년 3월로 연기한 상태다.
그는 “장그래가 회장이나 사장이 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그것은 확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책상 위가 제 세계이기에 저는 제 세계 안에서 열심히 할 뿐”이라는 윤 작가는“작가들이 스스로 한국 작가가 아닌 인간 자체라고 생각하면서 온 지구인이 즐길 수있는 작품을 만들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뻔하게 동어 반복하자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되 나만의 개성적인 지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좌담회에 함께 참석한 tvN의 이재문 PD는 “우리 회사 문화 자체가 일본과 많이 닮아서 일본에서 반응이 클 줄 알았는데 중국에서 반응이 격하다고 한다”면서 “아직수출도 안 된 상태에서 중국 CCTV에서 14분 분량의 소개 프로그램을 방영했다”고 전했다.
이 PD는 “문화가 다른 동남아 바이어들의 반응도 굉장히 뜨겁고 며칠 전에는 미국에서도 VOD 수출은 당연하고 월가를 배경으로 한 리메이크도 가능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미국 시장에 정통한 분으로부터 들었다”고 소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