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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마저 사랑하라

등록일 2014-11-20 02:01 게재일 2014-11-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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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락 경주청하요양병원장·수필가

누구나 머릿속에는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있고 이것은 가슴으로 내려와 따스한 온기로 보듬는다. 그래서 조용한 시간에는 그것을 회상하면서 애틋함과 아련함에 잠긴다. 나도 어린 시절에 놀던 시골의 고향 언덕이 그립고, 그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생각난다. 그는 지금 흰 머리칼을 휘날리고 있을까? 아니면 수명이 다해 지구를 하직했을까?

금년에는 전국에서 살고 있는 고등학교 졸업 동기들과 함께 추억과 회상의 여행을 했다. 모두는 현재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다양한 색깔의 추억을 회상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리움이 대부분이지만 그 속에는 생각하기도 싫은 슬펐던 것, 아팠던 것도 많았다.

추억은 한 송이 장미꽃이라 할 수도 있겠다. 보기에는 좋지만 그것은 아픔이나 슬픔 등 가시처럼 마음을 찌르는 내용도 있었다. 장미가 아름다워서 사람들이 꺾어 버릴까봐 신은 꽃을 보호하려고 가시를 함께 뒀나 보다. 이와 같이 어쩌면 기억하기도 싫은 나쁜 기억이 함께 있기에 아름다운 추억이 더욱 빛나는 것은 아닐까?

가시를 만든 이유를 생각해 보면 장미를 사랑할 땐 보호하려는 가시마저 함께 사랑해야 겠다. 장미꽃만을 좋아하는 것은 절반만을 사랑하는 것이다. 꽃 피고 향기를 뿜는 봄날을 우리가 좋아하지만 외롭고 기우는 가을마저 사랑해야 온전한 사랑이다.

인생에도 가시가 많다. 살아가는데 여러 가지 역경이나 장애요소가 그것에 속하며 때문에 인간은 고통을 느낀다. 이것은 살면서 이겨나가라고 신이 인간을 훈련하기 위해 선물하신 것이다. 삶에 평안만 있다면 그림자가 없는 그림이 될 것이다.

삶에서 회상은 마음이 조용하고 여유로울 때 몽글몽글 떠오른다. 그 시간에는 먼저 혼자 깊은 사념에 들어간다. 그런 후에는 앞으로 가시투성이인 세상을 살아갈 계획을 세우면서 자신을 가다듬는다. 그러나 이때는 홀로 있으면 외로움을 느낀다. 외로울 때야 말로 찔리기 쉬운 인생살이에서 버티어 나갈 준비를 하는 시간이 된다.

`인간의 모든 불행은 자기 방에서 홀로 외롭게 머물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파스칼은 말했다. 외로우면 주위는 벌레 우는 소리 이외에는 들리지 않는 고요함이 찾아온다. 고요함에서 오래 머무르면 마음속에 보고 싶은 사람나 앞으로 전개될 미래, 더 나아가 영원에 대한 동경 등, 뭔가를 그리워하는 공간이 자연스레 만들어 진다.

외롭고 고요한 가운데서는 위대한 상상력이 일어날 수도 있다. 40일간 광야에서 금식하면서 기도한 예수는 인류를 구원할 엄청난 계획을 세우는 등 위대한 사람들은 모두 홀로 생각에 몰입한 후에, 타인을 설득할 수 있는 생각이나 이념, 또는 진리를 발견한 것이다.

그리움 속에서 홀로 조용 속에 있다 보면 우리는 아름다운 내일이나 행복한 가정, 아직도 현실에서 완성하지 못한 꿈 등을 꿔 보기도 하면서 그것을 기다리는 자세를 갖는다.

어떤 이는 솔베이지 같이 배를 타고 떠나간 후 수 십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바닷가에서 기다릴지도 모른다. 또는 짧은 인생을 넘어서서 영원한 무엇을 무작정 기다리는 자도 있다. 이런 심정을 사람들은 신앙이라 한다.

기다리는 사람은 현실의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그는 “예”에도 감사하지만, “아니요”라고 하는 대답에도 감사를 표한다. 그도 “아니요”라는 대답에는 누구나 느끼는 정도의 고통을 느끼지만 “내가 아직 부족한 점이 있구나…”를 순간적으로 알아차린다.

삶에서는 고통이 필수로 따른다. 이는 자동차가 고장이 나기 전에 삐걱거리는 잡음이 나는 것과 같다. 그 소리를 감지하고 차 수리를 하는 것과 같이 고통을 알고 그것을 이겨 극복해야 미래를 향해 달려갈 수 있다. 등산을 할 때는 평지 보다는 힘이 더 들어야 정상에 도달할 수가 있다. 아름다운 탄생에는 고통과 눈물이 따르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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