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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을 읽을 수만 있다면

등록일 2014-11-17 02:01 게재일 2014-11-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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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선애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

산다는 것은 사람들과의 소통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코 외로운 섬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삶이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일은 그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과 같은 일이므로, 이 세상 어딘가에 자신의 마음을 읽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은 존재의 크나큰 이유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가진 마음이라고 하는 것이 몸의 어떤 기관처럼 느껴져 몸 안에 머물 것 같지만 몸의 바깥에 있을 때가 많다. `스스로의 마음을 읽을 수 없을 때도 있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읽을 수가 있겠는가`라며 마음 읽기를 게을리 하면 밝은 세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조선시대 임금인 정조의 어록 `일득록(日得錄)`에 `사람의 마음은 잠시라도 놓아버리면 달아날 우려가 있고 구속만 하면 답답하게 막히는 폐단이 있으니, 배우는 사람은 마땅히 이 점을 자세히 살펴 두 가지 공부를 아울러 해야 한다`는 경구가 있다. 마음의 속성은 `달아나거나 답답하거나`를 양극에 두고 시시때때로 차이를 보이며 질주를 하는 데 있으니,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때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때도 깊이 있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우쳐 주는 정조 임금의 철학이다. 또한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마음속은 모른다`는 속담도 마찬가지 의미로 다가오는 말이다.

달리 공부하지 않고도 태생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잘 읽을 수 있는 사람이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영화 한 편이 떠오른다. 브라이언 퍼시벌 감독의 영화 `책도둑`에 등장하는 한스와 루디 그리고 맥스는 주인공 소녀 리젤의 마음을 너무도 잘 읽어 내는 인물들이다. 한스는 리젤의 양아버지, 루디는 그녀의 친구, 맥스는 그녀의 스승으로 각각 존재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그녀 자신 이상으로 읽어낸다는 공통점을 지닌 인물들이다. 이들이 갖춘 정성스런 마음 읽기는 전쟁이라는 혹독한 환경에 처한 어린 루디를 따뜻한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동력이 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들처럼 사람의 마음을 잘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태어났다면, 잘 읽을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세상에 배우지 않고 되는 것이 얼마나 있겠는가. 우스갯소리 같지만,가수 방주연이 `당신의 마음`이라는 노래를 부를 때 `코와 입 그리고 눈과 귀/턱밑에 점하나/입가에 미소까지 그렸지만-은/아 - 아 - 아 - 아/마지막 한 가지/못 그린 것은/지금도 알 수 없는/당신의 마음`이라는 구절이 가장 절절한 목소리로 들리는 사람들은 모두 공부가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람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데는 일정한 공부가 필요하다.

첫째, 상대에 집중해서 세밀한 관찰을 해야 할 것이다. 둘째, 상대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읽으려고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시차를 두고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 세 가지 공부를 부지런히 해서 사람의 마음을 잘 읽을 수만 있다면,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문제들의 해결은 물론이고 세상이 온통 환하게 바뀔 것이다. 살면서, 상대의 마음 읽기를 제대로 하지 못해 불행을 자초하는 경우는 매우 많다. 이제 우리가 당신의 마음을 읽을 수만 있다면, 날로 높아져가는 이혼율과 자살률쯤은 거뜬하게 낮출 수 있고, 싸우던 사람들이 손잡고 노래 부르는 마법 같은 세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좋다니, 당신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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