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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평화

등록일 2014-11-13 02:01 게재일 2014-11-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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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 일
오일마다 어김없이 열리는 관촌 장날

오늘도 아홉시 버스로 장에 나와

병원 들러 영양주사 한 대 맞고

소약국 들러 위장약 짓고

농협 들러 막내아들 대학등록금 부치고

시장 들러 생태 두어 마리 사고

쇠고기 한 근 끊은 일흔 다섯 살의 아버지

볼일 다보고 볕 좋은 정류장에 앉아

졸린 눈으로 오후 세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기력조차 쇠잔해진 그림자가 꾸벅꾸벅 존다

시골 장 서는 날 아버지의 동선을 따라감으로써 시인은 자신의 존재를 가능하게 한 평화 한 컷을 선연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다. 아버지에 대한 생생한 기억을 현재형으로 호명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정겨운 언어들로 풀어내고 있다. 아버지의 시간들- 정확하고 느릿하면서도 쇠잔한 그 시간들에 대해 간절한 그리움은 비단 이 시인에게만 있는 것일까, 아버지가 많이 그리워지는 아침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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