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기 일
가을 하늘에서
갈잎 밟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눈 감고 귀 막고 입 다물고
길 밖으로 훨훨 떠나가겠네
바람아 붙잡지 마라!
구름아 따라오지 마라!
깨끗하고 투명한 가을 하늘로 새 한 마리 솟아오르고 있다. 청정무궁의 시공 속으로 날아가는 가을 새를 바라보면서 시인은 분탕스러운 현실을 들여다본다. 아니, 온갖 스트레스와 고민과 생각으로 꽉 찬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번뇌의 세상 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으려고 눈감고 귀 막고 길 밖으로 내려서서 훨훨 날아가고 싶다는 것이다. 저 자유로운 영혼의 새들처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