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재 호
후박나무잎을 만나면 후박나무잎이 된다
사막 언덕을 넘을 때면 거대한 모래산이 되고
드넓은 바다를 건널 때면 거친 파도가 된다
보이지 않아도 가장 먼저 자신을 알리고
허공을 날 때면 없는 듯 있다
검고 긴 머리칼을 만나면 여인이 되고
단단한 이마를 스치면 남자가 된다
무엇을 만나면 그 무엇이 되고
그 어디를 스치면 그 어디가 되는 바람
바람은
내 안에 스미어
또 다른 나를 만든다
꽃을 만나면 꽃이 되고 나뭇잎을 만나면 나뭇잎이 되고 모래산이 되고 거친 파도가 되는 바람은 우주만물과 가장 잘 동화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이 시에 깔려있다. 바람이 그러하듯 우리네 인생들도 자연의 순리를 따라 살아가길 소망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