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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등록일 2014-11-10 02:01 게재일 2014-11-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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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재 호
진달래꽃을 스치면 진달래꽃이 되고

후박나무잎을 만나면 후박나무잎이 된다

사막 언덕을 넘을 때면 거대한 모래산이 되고

드넓은 바다를 건널 때면 거친 파도가 된다

보이지 않아도 가장 먼저 자신을 알리고

허공을 날 때면 없는 듯 있다

검고 긴 머리칼을 만나면 여인이 되고

단단한 이마를 스치면 남자가 된다

무엇을 만나면 그 무엇이 되고

그 어디를 스치면 그 어디가 되는 바람

바람은

내 안에 스미어

또 다른 나를 만든다

꽃을 만나면 꽃이 되고 나뭇잎을 만나면 나뭇잎이 되고 모래산이 되고 거친 파도가 되는 바람은 우주만물과 가장 잘 동화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이 시에 깔려있다. 바람이 그러하듯 우리네 인생들도 자연의 순리를 따라 살아가길 소망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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