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깨어
가을이 살살 깃드는 소리와
겹겹이 옻칠 같은 어둠 속
산사 떨리는 종소리와
우주의 고귀한 생명들
살아 숨 쉬는 소리
하나로 듣고 있을까
시인은 어느 가을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깨어 산사의 종소리를 듣고 있다. 그 신선한 공기를 뚫고 번져가는 종소리가 시인의 몸 속으로 들어와 세포 하나하나에 스미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다. 종소리 뿐 아니라 자연, 우주의 만물들이 서로 소통하며 깨끗하고 경건한 생명감을 나누고 함께하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