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주에 소재한 월성원자력발전소를 견학할 기회가 있었다. 이곳 홍보관에서 원자력에너지의 필요성과 친환경적 에너지, 한국형 원전의 안전성, 지역경제 기여, 기후변화의 예방 등에 대한 간단명료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특히 필자는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대목에서 어느 정도 공감이 갔다. 왜 경주는 최근 도시 발전을 위해 도시 이미지와 전혀 다른 위험하고 환경파괴적인 방폐장을 전 주민이 찬성해 유치했을까 하는 의문이 풀리기도 했다. 천년고도 경주는 그동안 관광산업의 침체로 지역경제의 불황이 계속 되면서 지역주민이 다른 도시로 빠져 나가 인구가 감소했다.
방폐장 유치로 기존의 월성원전과 더불어 원자력산업 연구클러스터를 구축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경주는 이것을 지역의 신성장동력으로 선정, 침체한 지역경제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또 울산 자동차산업의 영향을 받아 부품공장도 많이 설립돼 경제의 활력소를 찾고 있다. 현제 경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원전해체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원전해체산업센터 유치에 도전해 경쟁도시들과의 경쟁에 올인 하고 있다. 원전해체시장의 규모는 2050년에는 약 1천54조원의 엄청난 시장이지만 기술상 상당한 문제가 있다. 세계문화유산의 도시 경주, 원자력산업연구의 도시 경주는 이질적이고 상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주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왜 모험을 하는가. 경주는 그동안 지역경제의 동력을 찾지 못해서 지역 발전의 어려움을 뼛속 깊이 느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모험을 감수하는 하는 것이다.
2014년도 한국외국어대 국가브랜드연구센터와 한국경제신문이 발표한 지방도시브랜드지수 조사 분석에 의하면 경주시는 전국 7위-경북 1위, 포항시는 전국 20위-경북 4위, 구미시는 경북 6위로 조사 됐다. 이 조사는 투자환경 주거환경 관광환경 종합평가 등 4개 분야로 19개 항목에 걸친 것이다. 경주시는 경북은 물론 전국적인 도시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부상했다. 이에 비하면 포항시는 투자환경 주거환경 관광환경이 매우 열악하여 도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경북에 시 재정 규모가 1조원이 넘는 지자체는 포항 구미 경주 등 3개 시이다. 이들 도시 중 포항이 과연 경북 제1의 도시인가. 외형적으로는 인구 면적 등이 아직 구미를 앞지르고 있으나 산업적인 측면에서 포항은 철강 중심의 단일산업구조로 취약한 산업구조 이다. 반면에 구미는 전자, 섬유, 소재산업 등 다양한 산업구조로 균형 발전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지고 있어 지속가능한 발전의 도시이다.
시 재정은 총예산 규모에서 올해부터 포항시는 구미시에 추월당했으며 재산세 부과 현황을 보면 2014년 구미시는 338억원, 포항시는 317억원, 경주시는 219억원의 순으로 돼 있다. 세입증가율은 2013~2014년 기준으로 구미시는 11.3%, 포항시는 7.7%로 구미시에 못 미치고 있어 해가 거듭 할수록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의존형 경제구조에 고착된 포항경제는 어제 오늘이 아니라 이미 포스코의 경영실적이 양호했던 2000년대부터도 이미 하향곡선을 나타냈다. 2013년 포항시 지방세 수입 2천874억 중 포스코가 납부한 세액은 236억 원으로 겨우 8.2%의 비중을 차지했는데 2009년에는 32.0%, 2012년에는 11.9%로 급감세가 뚜렷하다.
포항은 경제성장 동력의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포항은 지난 40여년을 철강산업 호황 덕에 경제적으로 아무런 문제 없이 급성장 해 왔다. 포항은 다른 도시에 비하면 IMF 파고도 순조롭게 넘기고 리먼 브라더스 외환위기도 무난하게 넘겼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적으로 철강의 과잉생산과 중국의 철강기술 향상에 따른 철강경기 부진으로 경제침체의 늪에 허덕이고 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위기를 못 느끼거나 스스로 해결하지 않고 외부적 요소에만 의존하려는 데 있다. 포항은 지금이라도 늦은 감은 있지만 새로운 창조경제를 창출하기 위해 민관이 함께 하고 적극 도전해 어디로 갈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