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진 은
한 마리의 고요를 본다
공기들을 일순 긴장시키며
물질이 된 놈의 태연
한낮의 정적과 바람 햇살을
상처로 덮은 채
놈은 격렬하게 떨고 있을 것이다
(마음이 있다면 금 갔을 것이다)
몸뚱이 온통 귀로 만든
저 번지는 선들의 소용돌이
무정부주의자처럼 흔드는 섬모들
…후략…
시인은 배추벌레가 죽은 척하고 엎드려 있는 모습을 보고 거기에 고여 있는, 아니 격렬하게 움직이는 고요를 발라내고 음미하고 있다. `내 발 앞의 배추벌레`라는 부재를 가진 이 시는 고요한 풍경 속의 사물들이 가만히 죽어있거나 정체해 있는 것이 아니라 부단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섬세한 시인의 인식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