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라국 오구대왕의 일곱째 공주였던 바리데기는 딸이라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바다에 버려지지만, 죽어가는 아버지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동대산의 약수를 구하러 저승여행을 마다 않는 용감한 효녀였다. 멀고도 험한 저승의 여정에서 두 번째로 만나게 되는 빨래하는 할머니가 그녀에게 수수께끼를 낸다. “이 빨래를 다 해주면 길을 알려주마. 대신 검은 빨랫감은 희게 하고 흰 빨랫감은 검게 해야 한다”라는 문제였다. 그녀는 검은 빨래는 방망이로 두들겨 빨았고, 하얀 빨랫감은 검은 나뭇잎과 열매를 뒤섞어 검은 즙을 내서 빨아 할머니가 낸 수수께끼를 통과한다. 이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다면 동대산 약수터로 갈 수도 없었고, 약수터 지킴이 청년 동수자를 만나 아들 셋을 낳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바리데기가 수수께끼를 푸는 일은 결국 아버지를 살리고 가문의 대를 이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의미를 가지며 서사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에서 여주인공 투란도트 공주를 우연히 보게 된 칼라프 왕자는 공주의 아름다움에 반해, 아무도 맞히지 못한 수수께끼에 도전한다. 공주가 낸 첫 번째 수수께끼는 `어두운 밤에 무지갯빛으로 날아가는 환상, 모든 인류가 구하는 환영이다. 밤마다 다시 태어나지만 아침에는 죽는다`, 두 번째 수수께끼는 `불꽃을 닮았으나 불꽃은 아니며, 생명을 잃으면 차가워지고, 정복을 꿈꾸면 타오르고, 빛깔은 석양같이 붉다`, 세 번째 수수께끼는 `네게 주는 얼음은 불꽃이요, 그 불꽃이 내게는 가장 차갑다. 자유를 바라면 노예가 되고, 노예가 되길 원하면 왕이 된다`였다. 왕자는 `희망`, `피`, `투란도트`라는 답을 차례대로 맞혔지만 투란도트의 마음은 열리지 않았다. 최후의 비방으로 칼라프는 공주에게 자신의 이름을 맞혀보라는 문제를 내게 되고, 공주는 `사랑`이라는 답을 맞힌다. 이들이 수수께끼를 푸는 일 또한 사랑의 시작과 더 이상의 죽음 없음이라는 이중의 의미를 지니며, 행복한 환희의 노래를 합창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오래된 이야기 속에만 수수께끼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사는 지금의 세상도 수수께끼 천지이다. 해를 거듭해 심각해지는 전세난은 어려운 수수께끼 중의 하나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전세난으로 세입자들의 고통이 극에 달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올해보다 강도가 더한 전세대란이 닥칠 거라는 예보가 있다. 이는 답을 찾기 어려운 수수께끼이기만 하다. 전문가들은 재건축으로 인한 이주 수요의 급증, 본격적인 저금리 정책에 따른 월세 전환의 선호, 짝수 해보다 전셋값이 더 뛰는 `홀수 해` 효과 등으로 전셋값 상승의 요인을 분석해 내고 있지만, 문제의 해결에까지는 나아가지 못 하고 있다. 이제 곧 날씨는 쌀쌀해질 것이고 형편이 마땅치 않은 세입자들은 추운 걸음으로 새보금자리를 찾아 떠나야 할 것이다.
오래된 이야기 속의 주인공 바리데기 공주나 칼라프 왕자처럼, 지금 이 수수께끼를 풀어 행복할, 그대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