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정 민
중심 밖으로 기울어진 여섯 개의 트랙
선두주자의 속도를 방해하는 바람을 막기 위해
그는 앞에서 달린다
어디로 파고들 것인가
모든 기회는 그의 등 뒤에 있다
골인지점을 향해 속도를 내야하는 마지막 한 바퀴
허벅지의 근육들 팽팽해지는 찰나
그는 재빨리 트랙 밖으로 사라진다
수없이 달렸지만 그에겐 기록이 없다
빗발치는 야유마저도 그의 것이 아니다
자전거는 삼백 개의 부품으로 달리고
사람은 단 하나의 외로움으로 달린다
시인은 기울어진 길을 가장 달 달리는 바람막이인 `경륜 선두유도원`을 바라보면서 승리를 향해 파고들 모든 기회를 박탈당하고 마지막 남은 한 바퀴를 남겨두고 트랙 밖으로 사라져버리는, 그 절망적 현실을 받아들이는 운명적인 외로움이랄까 아픔을 그려내고 있다. 경륜의 바람막이의 외로움을 말하면서 시인은 매일매일이 바람 치고 비탈진 길을 달려가는 한 생을, 그 길을 선두유도원처럼 살아가고 있는지 모를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해 주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