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대 철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있다
넘치는 햇살만 줄기 타고 번져온다
벌겋게 까진 산길엔 통나무집 한 채
손가락으로 머리 빗는 할머니
장성한 자식들 도시에 나가 있고
소리 없이 일어나는 개 한 마리
허스키,
눈썰매에 디프테리아 항혈청 싣고
혹한 속 멀고 먼 설원을 달려
놈 아이들을 구해낸 시베리안 허스키
가만히 머리를 쓰다듬으니
부드럽게 목을 들어올린다
털 속의 털 보얗게 드러날 때
푸른 눈빛에 스쳐가는 눈보라
눈보라 속을 헤쳐 나와
할머니 옆에 기대앉는 허스키
할머니가 손가락으로 미소로
허스키의 뭉친 털을 벗겨주고 있다
낯선 러시아 땅에서 느낀 금강송과 통나무집이 있는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과 거기에 스며있는 할머니의 동작과 미소에서 느끼는 생의 따스함을 정갈한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젊은이들이 떠나버리고 할머니와 개만 남아 있어 얼핏 차갑고 쓸쓸해 보이기 쉬운 시베리아의 일상적 삶을 관통하고 있는 자연의 아름다운 빛과 할머니와 개가 자아내는 따사로움이 가만히 다가오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