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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대한민국의 꿈

등록일 2014-10-17 02:01 게재일 2014-10-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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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편집국장

유승우 무소속 의원이 물었다. “세월호 사고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대답한다. “돌이켜 보면 업무 처리 과정에서 좋지 않은 관행도 있었고 타성에 젖어 허점을 미리 짚지 못했다.”

온 나라를 수심에 빠져들게 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6개월이 지난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수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 이어진 문답내용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으로 무겁게 시작된 이날 국정감사에 나온 이 장관은 이발하지 않은 긴 반백발에 검은 양복, 그리고 노란 리본 차림으로 등장했다. 국정감사장에서 여야 의원들은 물론 무소속의원까지 구조 실패를 둘러싼 정부의 오판과 부실한 대응, 해피아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세월호 선박 개조 및 검사, 해양경찰청 해체 등도 차례로 도마에 올랐다.

박민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해경 해체로 구조 체계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느냐고 따졌고, 이 장관은 정부의 공식 입장은 해경을 발전적으로 확대 재편하는 것이라는 대답으로 비켜갔다. 김승남 새정치연합 의원은 해경의 구조·수색활동과 관련, “해경 매뉴얼에는 소형 선박과 관련된 몇 가지 내용만 있을 뿐 전복 중인 대형 여객선 인명 구조에 대한 내용은 없다”면서 해경, 정부, 청해진해운의 초기 대응 부실을 지적했다. 지적대로라면 지금도 세월호와 같은 참사가 재발될 수 있는 구조라는 얘기다.

이달 초 발표된, 세월호 참사 원인에 대한 검찰의 최종수사결과 역시 그동안 언론에서 지적해 온 내용의 재탕이었다. 검찰은 직접적인 참사원인으로 선사의 무리한 증축과 과적, 선원들의 운항 미숙 등을 꼽았고, 해경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미숙한 대응이 인명 피해를 키웠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은 최상환(53) 해경 차장 등이 평소 친분이 있던 구난 업체 언딘에 특혜를 줬고, 그 때문에 구조 활동에 혼선이 초래됐다면서 최 차장 등 해경 간부 3명을 직권 남용과 권리 행사 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세월호에 가장 먼저 접근했으면서도 승객에게 탈출 방송과 선내 진입을 시도하지 않은 해경 123정의 김모(53) 경위를 업무상과실치사상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세월호 침몰 당일 근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진도VTS 관제 요원 13명을 모두 직무 유기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으로 인천·광주·부산 등 전국 검찰청에서 모두 399명을 입건하고, 154명을 구속했다. 이로써 세월호 참사와 관련, 법적으로 책임질 사람들에 대한 처벌 절차는 일차적으로 끝난 셈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약속은 어디로 갔나 의아하기만 하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거의 보름 만에 서울에서는 지하철끼리 부딪치는 대형 사고가 났는 데, 신호기 오류를 알고도 제대로 조치하지 않은 안전불감증 때문에 4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 5월 26일에는 경기도 고양버스터미널에 화재가 났는 데, 방화셔터가 있는데도 꺼놓고 있는 바람에 100명 넘는 사상자가 나왔다. 이어 5월 28일 전남 장성 요양병원에서 불이 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 21명이 숨졌는데, 이 때도 병원 특성에 맞는 소방 설비가 없던 게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7월 22일에는 강원도 태백에서 열차 충돌사고가 나 사람들이 다쳤다. 안전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정치권이나 행정부의 답변이 궁금할 따름이다.

세월호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기 위한 세월호 특별법은 여야간 입장차이로 수개월째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국회에서 공방중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한목소리로 “세월호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그곳에 밝힌 등대가 꺼지지 않도록 국민이 아파하며 흘렸던 눈물을 가슴 깊이 새길 것”이라면서도 정말 특별한(?) 법은 만들고 싶지 않는 모양이다. 이래저래 안전 대한민국의 꿈은 멀고도 멀다는 탄식이 절로 터져 나오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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