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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

등록일 2014-10-15 02:01 게재일 2014-10-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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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종 환
지금도 내 마음의 마당 끝에는 꽃밭이 있다

내가 산맥을 먼저 보고 꽃밭을 보았다면

꽃밭은 작고 시시해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꽃밭을 보고 앵두나무와 두타산을 보았기 때문에

산 너머 하늘이 푸르고 싱싱하게 보였다

꽃밭을 보고 살구꽃 향기를 알게 되고

연분홍 그 향기를 따라가다 강물을 만났기 때문에

삶의 유장함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시인은 늘 삶의 뜨거운 현장에서 비켜서 있지 않았다. 그의 시 `담쟁이`, `흔들리면서 피는 꽃`에 그러한 시인의 치열한 현실인식이 잘 나타나있다. `향기를 따라가다 강물을 만났기 때문에`에서 읽을 수 있듯이 부조화와 모순, 불구의 세상에 대해 조급하지 않고 목소리를 필요 이상으로 서둘러 높이지 않으면서 유장한 강물 같은 정신을 견지하면서 시를 써온 시인의 시대정신을 엿볼 수 있는 시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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