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감정은 한국인의 정체성이다. 한국사회에서 반일감정을 없애는 게 불가능하다면 서로 거리를 두자. 일본과 한국은 단교하자.”
일본에서 `한국인을 죽이자`와 같은 극단 증오발언을 앞세우며 혐한(嫌韓)시위를 끊임없이 주도하고 있는 극우`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모임(재특회)`의 회장 `사쿠라이 마코토`라는 인물이 드디어 한일 간의 `국교단절`을 입에 올렸다. 그는 한국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적, 인종을 특정해 욕을 한다면 한국인들이 더 문제 아닌가? 일본, 일본인을 특정해서 처참하게 일본을 비판하지 않느냐?”면서 이같이 말했다.
올해 42세로 알려진 `사쿠라이 마코토`는 일본 후쿠오카 현 기타큐슈 시 야하타니시 구 출신으로서 사실상 나이와 성명부터 불명확한 비밀스러운 인물이다. 성장과정에서는 전혀 혐한운동가로서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 그는 누리꾼 100여명으로 `재특회`를 시작해 7년 만에 전국 33개 지부 1만5천명 규모의 대규모 조직으로 키우는 수완을 발휘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저는 매춘부라고 생각한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사쿠라이 마코토`의 한일단교(韓日斷交) 패악발언이 알려진 것과 엇비슷한 시점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망언이 또 불거졌다. 아베 총리는 지난 3월 중의원 예산위원회 답변에서 “일본이 국가적으로 (여성을) 성노예로 삼았다는 중상(中傷)이 세계에 퍼지고 있다”면서 “(아사히신문의) 오보로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전쟁 때 제주도에서 여성을 강제로 끌고 왔다`는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 사망) 씨의 증언을 다룬 1982년 9월자 기사를 올해 8월 초 취소했다.
일본의 보수·우익 세력 사이에서는 `아사히신문이 허위 증언을 보도한 탓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집권 자민당은 아사히신문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과거보도 일부를 취소한 것과 관련,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요시다 씨의 증언 보도가 일본의 외교정책에 영향을 끼쳤으므로, 정부가 어떻게 일본의 명예회복을 도모할지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일련의 흐름으로 볼 때 일본은 이제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고, 남의 땅을 집어삼키려는 흉계를 행동으로 실천하려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극우단체는 한국과의 외교단절을 입에 올리고 있고, 정치권은 이미 죽은 사람의 증언기사가 취소된 것을 기화로 `성노예`역사 모두를 뒤집으려는 교묘한 작전에 돌입했다.
문제는 기막힌 일을 거듭거듭 당하면서 어느새 굳어져가고 있는 우리의 감각마비 현상과 진퇴양난의 현실이다. 일본의 우익단체가 말썽을 부린 일이 부지기수고, 일본의 정치인들의 망발이 항다반사이다 보니 그야말로 만성이 됐다. 예감컨대, `성노예` 역사를 지우려는 저들의 유치한 움직임이 한바탕 여론을 뒤흔든 뒤에는 반드시 `독도`침탈의 새로운 마각을 드러낼 것이다. `역사를 저희들이 어떻게 바꿔?`하는 믿음으로 콧방귀나 뀌고, `총칼 들고 지키고 앉아있는 우리 땅 독도를 제 놈들이 어쩔 거야?`하고 팔짱끼고 앉아 있기만 하면 무사할 것인가? 정말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갈 것인가?
저들의 음모를 막아낼 상상력이 절실한 계절이다. 저들이 어떻게 나오든 역사를, 국토를 굳건히 지켜갈 딴딴한 논리와 증거들을 다져 추호의 훼손도 허하지 않을 무엇인가를 서둘러 구축해가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움직임이 또다시 야릇해진 요즘, 우리는 우리의 주권을 지켜나갈 보다 명료한 기제들을 창안해나가야 한다. 수십 년 째, 일본의 도발을 기다렸다가 반박성명이나 하나 날리고 그냥저냥 견디며 지나가야 하는 속수무책의 현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