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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古稀)보다 종심(從心)

등록일 2014-10-07 02:01 게재일 2014-10-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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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 중 `꽃보다 누나`, `꽃보다 할배`, `꽃보다 청춘`등 `꽃보다`시리즈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꽃보다`시리즈는 꽃의 비교 대상인 누나, 할배, 청춘이 세계 여행을 하면서 겪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극화해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혼자 하는 여행이 아닌 지인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기에 이야기도 많고, 그 이야기를 통해 제작진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도 크다.

꽃보다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물론 연예인들이다, 그것도 시청자들이 다 아는, 직업상 분초를 다투는 그들이 일상을 벗어던지고 여행을 간다는 것 자체가 일상에서 허덕이는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아마 제작진들도 이것을 노렸는지 모른다. 일상을 벗어던질 수 있는 용기와 새로운 곳에 가서 자유롭게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여유가 꽃보다 아름다워 제목을 `꽃보다`로 정했다는 생각이 든다.

`꽃보다`시리즈 중 필자는 `꽃보다 할배`에 더 많은 애정이 간다. 물론 방송을 다 본 것은 아니다. 귀 동냥, 눈 동냥으로 잠깐 보고 들은 것이 전부다. 평균 연령이 77세인 원로 배우들이 대만, 유럽 등지에서 배낭여행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자연스레 필자의 가친(家親)을 생각했다.

필자의 가친 또한 여행을 누구보다 좋아하신다. 하지만 자식을 위해 좋아하시는 것 대부분을 포기하시고 평생 땅만 일구셨다. 그래서 땅의 달인이 되셨다. 책상 앞에만 있는 필자는 아무리 해도 그 그림자조차 따라 갈 수 없다. 그래서 필자에겐 더 없이 높고 어려우신 분이다. 죄스럽지만 필자는 여태껏 감사하다는 말조차 제대로 못하고 살고 있다.

필자에게 이 시대의 아버지를 표현할 수 있는 말이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필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외강내유(外剛內柔)를 들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힘들다는 소리를 안 하시는, 아니 식구들 걱정할까봐 못 하시는, 그래서 어려울 때마다 더 강해지시는 아버지! 그 동안의 삶을 잘 말해 주는 온 몸에 문신처럼 돋아난 힘줄! 이젠 그 힘줄에 대한 보상을 받으실 때도 됐지만, 보상은커녕 장성한 자식 걱정에 더 큰 힘줄을 새기시는 아버지! 필자는 평생 죄인이다. 그 아버지께서 고희를 맞으셨다. 고희(古稀)는 `드문 나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뜻은 대한민국의 평균 수명이 여든에 가까워지고 있는 지금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필자에겐 남다르다. 그래서 고희연 등 뭔가 뜻 깊은 자리를 마련해드리고 싶어 여러 가지를 계획했다가 “모두가 어려운 시점에 가당치 않다!”라는 큰 가르침에 필자는 마음을 크게 숙였다.

70세를 이르는 말로는 고희(古稀), 종심(從心), 칠순 등이 있다. 이 중 고희(古稀)는 두보의 7언 율시인 곡강(曲江)이라는 시 함련에 나오는 말이다. `人生七十古稀 (칠십 해 인생은 예부터 드문 일이다)` 또 종심(從心)은 공자의 논어(語) 위정편(爲政篇)에 나온다. `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칠십이종심소유 불유구 - 나이 일흔에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하여도 법도를 넘어서거나 어긋나지 않았다)`

그런데 70세를 기념하는 말로 고희연은 있어도 종심연이라는 말은 드물다. 단순히 생각해 보면 70세의 의미는 두보가 공자의 생각을 앞질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평균 수명이 지금과 같지 않을 때의 말이고, 지금은 고희보다 종심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주변을 생각하시어 칠순 잔치를 물리신 가친의 뜻을 보면 말이다.

종심의 의미를 좀 더 새겨 보면 `종심`은 마음이 시키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마음이 원하는 대로 해도 어떤 규율이나 법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가친의 칠순을 맞아 필자는 이 종심이야말로 모든 것이 제멋대로인 이 나라를 바로 세울 참 정신이라 생각이 들었다. 종심의 의미를 따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실천하겠다는 마음을 담아 종심(從心)을 맞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큰 절을 올린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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