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윤 길
나보다 먼저 바다로 가 기다려주다
먼저 뭍으로 돌아와 안아주는 동행
신용불량의 거덜 난 내 속주머니에
출항이라는 신권을 두둑이 채워주는
행복이 가득 찬 선생이 바다였는지
고귀한 동행의 전생이 물고기였는지
지상에 머물 맘 없는 디아스포라
바다로 떠나게 한 신께 감사합니다
친구를 사랑하는 건 꿈을 꾼다는 것
바다는 내 삶의 무한한 축복입니다
평생을 선장으로 바다에서 보내고 있는 시인의 바다사랑이 대단하다. 이윤길시인에게 바다는 어쩌면 사랑의 대상이 아닌지 모른다. 사랑의 대상은 욕망하는 순간 그 대상은 공교롭게도 몸을 잃는 탓이다. 그러므로 바다를 사랑하는 순간, 바다는 갈취돼야하고 수탈될 위험에 처한다. 이것을 아는 시인은 바다를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친구로 표현하고 있다. 사랑에 이르기 전에 우선 우정을 나누는 대상으로 바다를 인식해야하는 것이리라. 그의 고백에서 이런 말없는 그의 속내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시인>